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전 의원의 발언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아무리 정치인이라도 그런 발언을 하는 것에 공감하실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전 의원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최근 권익위 고위 간부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그리고 윤 대통령의 청탁금지법 위반을 덮기 위해서 권익위 수뇌부가 유능하고 강직한 공직자 한 명을 억울하게 희생했다”고 말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본인이 고생시킨 것 생각하라. 그분의 죽음에 본인은 죄가 없느냐”고 맞받자, 전 의원은 “김건희, 윤석열이 (간부를) 죽인 것이다. 살인자”라고 소리쳤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때문에 사람이 죽지 않았느냐”고 거들었다.
국민의힘은 전날 소속 의원 108명 전원 명의로 전 의원 국회의원직 제명 촉구 결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데 이어 이날도 비판을 이어갔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권익위 간부 사망 사건을 문제 삼는 전현희·장경태 의원의 모습에서 서해 공무원의 처절한 죽음에는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했던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이 겹친다”며 “공직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성찰하기보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감정 이입을 달리하는 선택적 분노가 민망하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전 의원의 발언이 갖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국가원수와 부인을 아무런 근거 없이 살인자로 몰아도 되느냐”며 “나는 ‘당신네 당에 있는 어떤 분과 관련해 5명쯤이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맞았는데, 그래서 심지어 자살 당했다는 괴담까지 나돌았는데 그럼 그분은 연쇄살인자냐’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김 전 지사 복권 결정을 반대하면서 ‘당정 갈등이 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는데, 전 의원 등의 막말이 여권을 다시 뭉치게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민주당은 전 의원과 충돌한 송석준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직 제명을 추진할 방침이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어제 법사위에서 송 의원은 권익위 고위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으로 활용하며 동료 의원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쏟아냈다”며 “고인의 죽음을 정쟁에 활용하고 동료의원을 모욕한 송 의원은 국민과 고인께 사과하라. 염치도 모르고 전 의원의 제명을 추진한 국민의힘 역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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