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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대통령 도주” “원전 점령”… 北, 가짜뉴스로 혼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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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되는 北의 시나리오

조선일보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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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개전 초부터 사이버 전력과 해킹 그룹, 국내 고정간첩, 반(反)국가 세력을 모두 동원해 인터넷으로 가짜 뉴스를 퍼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구체적인 전황(戰況)부터 일반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괴담성 유언비어까지 다양한 허위 정보전을 벌일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세계 3위인 7000명의 해킹 전력을 갖고 있고, 그간 여러 차례 우리 민관군 정보통신망을 교란하며 이 같은 능력을 입증해왔다.

전시 북한이 퍼트릴 것으로 예상되는 ‘1번 가짜 뉴스’는 군 최고 수뇌부 관련 사안이다. “대통령과 군 지휘부가 후방으로 도주했다” “대통령이 적의 공격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등의 내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후방, 심지어 외국으로 도주했다는 소문을 퍼트릴 수 있다”며 “전시에 나올 수 있는 단골 가짜 뉴스이지만 사실처럼 믿어진다면 전황을 뒤흔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옥현 전 국정원 차장은 “지금도 인터넷은 대통령 탄핵을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는 등 준(準)전시 상황”이라며 “진짜 전쟁이 나면 가짜 뉴스가 엄청나게 위험해질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인 딥페이크까지 활용된다면 혼란은 가중된다. 대통령의 항복·도주 선언 같은 가짜 영상까지 만들어 유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방 지역에서 우리 군이 전멸했다’거나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한다’ 등이 군의 사기에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전황을 흔들 수 있는 가짜 뉴스로 꼽힌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북한은 이런 가짜 뉴스를 통해 일반 시민의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후방 지역에서 소요 사태를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군 관계자는 “후방 지역에서 소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후방을 겨냥해 불안감을 조성할 만한 가짜 뉴스를 양산할 수 있다”고 했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후방 지역이 북한군에 의해 점령됐다” “후방에서 북한에 동조하는 반란이 일어났다”는 식의 소문을 퍼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실 규명이 어려운 모호한 가짜 뉴스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과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 기지의 역할이 중요한데 ‘일본 정부가 한국을 돕는 데 비협조적’이라는 식의 허위 정보가 나올 수 있다”며 “이런 뉴스는 명확히 사실 규명이 어렵고,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다 하더라도 국내엔 이를 믿는 동조 세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를 보낸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릴 수 있는데, 이 역시 사실 규명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다양한 북한발 가짜 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유기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가짜 뉴스가 횡행하면 정부에서 ‘재난 문자’ 등을 통해 즉각 사람들에게 이를 정정해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지자체와의 유기적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 역사에서 전시에 가짜 뉴스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진 경우는 종종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6·25 전쟁 당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서울은 안전하니 생업에 종사하라’고 당부하고 혼자 서울을 탈출한 뒤 한강 다리를 폭파했다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조사한 연구자들은 모두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런 방송을 한 적도 없고 한강교 폭파도 전적으로 군사적 판단에 의해 군 지휘부가 한 결정이라는 것이지만,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전시 가짜 뉴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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