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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지상파의 역할 재정립과 미디어 생태계 상생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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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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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G헬로비전을 비롯한 일부 케이블TV 사업자들의 무료 VOD 서비스(FOD) 중단 사태는 한국 미디어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중단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지상파 방송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상생 방안에 대해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FOD 서비스 중단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케이블TV 사업자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상파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 즉시 제공하는 자사 콘텐츠를 케이블TV에는 3주나 지연 제공하면서도 높은 이용 대가를 요구하는 현 구조는 명백히 불공정하다.

이는 케이블TV 사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기 드라마의 최신 에피소드를 OTT에서는 바로 볼 수 있지만 케이블TV 시청자는 3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지상파 콘텐츠 FOD의 이용률과 선호도는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반면, FOD 대가는 높게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상파 방송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지상파 방송의 위치는 특권이 아닌 국민에 대한 더 큰 책임을 의미한다. 그들은 공적 책무를 지닌 미디어로서 국민의 알 권리와 다양한 정보 접근성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행태는 이러한 책무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상파는 모든 시청자에게 공평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국민이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상파는 유료 방송 플랫폼을 돈을 더 받아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투쟁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이들을 상호 호혜적인 이해관계자로 인식하고,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콘텐츠 공동 제작, 광고 수익 공유 모델 개발, 크로스 플랫폼 프로모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지상파 방송이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국민과 정부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 사태는 정부와 국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재고를 요구한다. 그동안 방송사의 지배구조 문제에만 주목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시야를 넓혀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건강성을 살펴봐야 한다.

지상파의 일방적 태도, 플랫폼 간 차별, 그리고 이로 인한 시청자 권익 침해 등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콘텐츠 유통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 마련, 다양한 플랫폼 간 상생을 위한 정책 수립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미디어 산업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시청자 권익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콘텐츠 경쟁력 약화와 시청자들의 외면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 서비스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낡은 사업 모델을 고수하는 것은 자멸의 길이다.

오히려 다양한 플랫폼과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젊은 층을 겨냥한 숏폼 콘텐츠 제작,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고품질 드라마 제작 등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이번 FOD 서비스 중단 사태를 계기로, 한국 미디어 업계 전반이 협력과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상파, 케이블TV, OTT 등 모든 미디어 플랫폼이 각자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플랫폼 간 콘텐츠 교류 활성화, 기술 협력을 통한 서비스 품질 향상, 공동 마케팅을 통한 시장 확대 등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의 권익과 선택권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은 지상파 방송의 태도 변화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들이 특권 의식에서 벗어나 공적 책무를 다하고, 다른 미디어 플랫폼과의 상생을 모색할 때, 비로소 한국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국회와 정부 역시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미디어 융합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송법 체계 마련, 플랫폼 중립성 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 등이 필요하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협력과 노력이 있을 때, 우리는 더욱 풍성하고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산업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정보 유통과 민주주의의 질을 좌우할 중요한 과제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지향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김용희 / 오픈루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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