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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봄의 혁명’ 3년…“중국, 동아시아에 ‘비토크라시’ 구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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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 간담회실에서 열린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연대토론회 ‘미얀마 봄의혁명, 중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열리고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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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사 독재 정권에 맞서 혁명군이 반란을 일으킨 지 3년이 넘었고, 나는 미얀마를 떠나 한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온 지 1년이 넘었다. 우리의 혁명은 지금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국가들이 미얀마 군부를 지지하고 있다. 그들은 미얀마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부를 돕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얀마 국민의 승리이다. 국민의 정부인 민족통합정부(NUG)와 혁명세력을 응원해달라.”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 연대토론회 ‘미얀마 봄의 혁명, 중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한 전직 미얀마 군부 대위이자 한국으로 망명 중인 린테아웅이 한국어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친 뒤 영어로 입장을 밝혔다.



2021년 2월1일 미얀마 군부는 민주 정부 출범하는 새 의회 개원일에 맞춰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했다. 이후 두 달 만에 저항세력은 민족통합정부를 구성하고, 시민방위군(PDF)를 만들어 ‘봄의 혁명’을 위한 무장 투쟁을 시작했다. 그 뒤로 3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과 이스라엘과 가자·레바논 전쟁 등으로 잊혀진 미얀마 봄의 혁명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발제를 맡은 박은홍 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소장은 내정불간섭을 내세웠던 중국이 미얀마 군부와는 결탁을 이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얀마 군부의 규율민주주의(disciplined democracy)와 중국의 특색민주주의 기본 체제를 유지하며 양국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특색민주주의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의 지도 아래서 공산당 일당독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방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2049년까지 건국 100년의 대업으로 사회주의 현대화를 이룩한다는 덩샤오핑의 구상에 근간을 두고 현대 중국 정치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박 소장은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비토크라시’(vetocracy·적절한 무효화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나 단체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능력·의지) 개념을 빌려 설명했다. 중국이 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진보의 역사를 거부하는 비토크라시를 평화로 치장하면서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의 묵인과 호응 속에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비토크라시를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배긍찬 전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미얀마를 경제적으로 중시한다”며 “2027년 전 대만과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변국들이 안정되길 바라는 게 중국이다. 중국이 투자해 미얀마와 송유관이 연결되어있어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시진핑 이후 모든 체제가 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 간담회실에서 열린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연대토론회 ‘미얀마 봄의혁명, 중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열리고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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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빈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책임연구원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얀마가 실패해 중국이 다져놓은 투자와 나아가 그 투자를 보상받는 데 필요한 친중적 기반을 잃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중국은 “국익 위주 셈법”을 할 것이라고 꼽았다. 중국의 선택은, 민주냐 권의주의냐의 문제 이전에 미얀마 내에서 벌어지는 반중 시위를 지지하는지 아니면 효과적으로 관리하는지에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교수는 국민통합정부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 오히려 군부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은 “한 배를 탄 적대적이면서 애증의 공생관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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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전직 대위이자 현재 정치적인 이유로 망명 중인 린테아웅이 발언을 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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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환’이 미얀마와 아세안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고민하고, 또 아세안의 친중국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아세안 국가들의 정상회의에 미얀마의 군사정부 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이 참석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하며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날 토론회는 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 성공회대 국경없는 민주주의학교,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서영석, 차지호, 염태영, 이강일, 이인영 의원과 조국혁신당 강경숙·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고려대 아세안센터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공동주최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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