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기의 승무원 줄푸가르 아사도프가 27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로이터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바쿠/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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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 생존자들이 추락 직전 외부에서 굉음이 나고 정체 모를 파편들이 기체를 뚫고 안으로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러시아의 방공망에 걸려 격추됐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증언들이다.
2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 영국 비비시(BBC) 등은 생존한 승무원 등의 인터뷰를 통해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의 추락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남성 승무원인 줄푸가르 아사도프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의 병원 침대에 누워 “살아있어 다행이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의 팔은 외부에서 온 정체 모를 무언가에 의해 베이는 상처가 나 수건으로 이를 감쌌다고 돌아봤다. 그는 승객들이 기도를 하거나 침묵을 지켰다고 전했다.
아사도프는 여객기가 세 차례 착륙을 시도한 뒤 정상적이지 않은 운항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실제 플라이트트레이더24 기록을 보면, 비행 마지막 74분 동안 고도제어에 어려움이 있어 항공기가 100회 이상 속도를 수직 상승했다.
아사도프의 팔은 또 다른 승무원인 아이단 라힘리가 응급 처치를 했다. 라힘리도 “두 번의 쿵쿵 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파편이 객실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승객인 수브혼쿨 라키모프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도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여객기 동체가 손상된 것을 보고 큰 일이 났음을 직감했다며 “몸이 계속 뒤틀렸다. 생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또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고, 주변 사람들이 부상으로 인해 고통에 신음하기 시작했다”며 “(시간이 흐른 뒤) 착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다”고 했다. 라키모프는 비행기 뒷부분에 앉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추락한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을 보면 항공기 앞쪽은 대부분 파괴됐지만 꼬리 쪽은 비교적 형태가 남아있었다.
승객 수브혼쿨 라키모프가 27일(현지시각) 한 병원에서 화상 통화를 통해 로이터와 인터뷰 중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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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바파 샤바노바가 27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바쿠/로이터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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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당국은 27일(현지시각) 예비조사 결과 “외부로부터 물리적·기술적 방해”가 있었다면서 러시아 미사일이나 파편 때문에 여객기가 추락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앞서 미국 백악관도 러시아의 방공시스템에 오인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4일 밤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힌 바 있다. 28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명확하게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2014년에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 방공망에 걸려 격추되어 말레이시아 항공 17편의 탑승자 298명이 전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러시아는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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