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 추락한 29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규명의 첫 단추인 블랙박스 분석 작업이 이르면 일주일 안에 가능하지만, 내부 데이터가 손상됐을 경우 분석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전망이다. 사고 조사단은 이르면 30일 블랙박스 데이터 손상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29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설명을 종합하면, 제주항공 7C 2216 여객기의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외형이 일부 분리된 채 수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항철위 관계자는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는 외형 그대로 수거됐는데, 에프디알은 일부 분리가 됐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수거한 블랙박스를 30일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해 분석 가능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철위는 두 장치가 아무 문제 없이 온전할 경우 해독 작업이 일주일 안에도 가능하지만, 데이터 손상이 확인될 경우 최소 한달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만약 에프디알 훼손 정도가 심하다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조사를 맡겨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블랙박스 해독 작업만 6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에프디알과 시브이알은 항공사고 원인 규명에 핵심 역할을 하는 ‘항공기의 블랙박스’다. 두 장치의 주요 내용이 향후 사고 조사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에프디알은 항공기의 속도 및 고도, 비행 경로, 엔진 성능 정보, 랜딩기어 작동, 조종사의 입력 등을 모두 기록한다. 이번 사고 원인의 핵심 쟁점인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 등을 규명하는데 주요한 정보다.
시브이알은 조종실에서 발생하는 대화를 비롯한 모든 소리를 기록한다. 조종실 내 승무원 간의 대화, 관제기관과 승무원 간의 교신내용, 조종실 내 각종 경고음 등을 기록하기 때문에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브이알은 일반적으로 최대 2시간 분량의 데이터를 덮어쓰며 기록한다. 엔진 정지 전 마지막 2시간 녹음이 남아있는 셈이다. 에프디알은 일반적으로 마지막 25시간의 비행 자료를 기록한다.
두 장치 모두 추락 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 기체 꼬리 부분에 설치된다. 이번 사고에서도 여객기 기체는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탄 가운데 꼬리 칸은 그나마 모습을 유지했다. 두 장치는 최대 섭씨 1100도의 고온에서 1시간 이상을 버티고 3400G(중력가속도)의 강한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레이싱카 운전자가 고속 충돌 시 받는 충격이 약 100G에 이르는데, 이보다 수십배 강력한 수준으로,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강도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