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춘문예에 지원한 평문들은 자신의 논지를 보다 객관화하기 위해 많은 텍스트를 인용했다. 하지만 해당 저자와 저서를 포괄적이며 내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일부 문장만 스쳐 지나갈 때 독자의 집중도를 유지할 논지는 불확실해지며, 종종 장문의 텍스트로 이어진다. 정연두, 고영훈 등 중요 작가에 대한 작가론, 주요 기획전이 열리는 미술관에서의 소회가 있었고, 모노의 선구자로 평가된 이우환에 대한 논고, 피카소와 바젤 리츠 같은 유명 작가에 대한 내용은 대체로 미술사와 미학에 속한다. 앱이나 AI와 관련된 글은 기술의 발전과 공진화하는 예술을 다룸으로써 광범위한 문화 비평의 영역까지 넘본다. 건축, 도자, 서예 분야에서 평문, 비평에 대한 메타비평 등 여러 관심사가 진중한 형이상학적 문체부터 SNS에 어울릴 법한 톡톡 튀는 문체에 실려 저마다의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올해는 한 가지 기준에 집중했다. 그것은 현장에서의 긴급한 요구다. 당선작인 ‘아우라 없는 아우라-한국 공공 미술의 캐릭터 설정’은 공공 미술에 대한 비평으로, 이론적 배경은 물론이고, 전국에 산재한 여러 공공 미술 작품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데 발품을 많이 판 흔적이 역력했다. 공공 미술은 거리에 있기에 더 많은 대중과 상시로 만나고 그래서 비평이 더욱 절실한데 오랫동안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 같은 공공 영역에 속하는 비평은 이러한 요구에 응답해 주리라 믿는다.
[이선영·미술평론가]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