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3 (토)

    이슈 미술의 세계

    흥행 보증수표 된 ‘바닷가 마을’… 제주 풍광에 ‘폭싹’ 반했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넷플릭스 13국 1위 ‘폭싹 속았수다’

    애순도, 딱한 엄마 광례도, 우직한 관식도 모두 제주 바다에 몸을 실은 인생이었다. 출렁이는 바다와 유채꽃밭, 조구(조기) 오른 밥상에 복작한 시장 풍경 재현까지. 196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지난 7일 첫 막을 연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TV쇼 시청 순위 세계 6위(12일 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오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포함 아시아와 중동 국가 등 13국에서 1위다. 제목은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사투리다.

    조선일보

    시인이 되고 싶었던 제주 소녀 애순(오른쪽·아이유). 곁에 관식(박보검)이 있어 삶의 초라한 순간에도 빛났다. ‘폭싹 속았수다’는 애순의 어머니, 애순, 애순의 딸로 이어지는 인생 이야기다. /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닷가 향촌 드라마 또 흥행

    제주 풍광을 가득 담은 ‘폭싹 속았수다’는 바닷가 향촌 배경 드라마의 어김없는 흥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바닷가 마을 드라마는 해마다 거의 한 편꼴로 방영돼 넓은 연령대의 사랑을 받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왔기 때문이다. ‘동백꽃 필 무렵’(2019·최고 시청률 23.8%), ‘갯마을 차차차’(2021·12.7%), ‘우리들의 블루스’(2022·14.6%), ‘웰컴투 삼달리’(2023~2024·12.4%) 등이 대표적이다. 푸른 바다와 고즈넉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힐링 드라마’들이다.

    ‘폭싹 속았수다’에서도 이 공식이 이어졌다. 공개된 1~4화에서 거칠지만 아름다운 제주 풍광은 곧 서사였다. 1960년대 사회 정서와 여성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에 기시감이 없지 않지만, 아름다운 영상미와 시대의 재현이 어우러져 “감성적이고 아름답다”는 평이 나왔다. 해녀 딸로 태어난 꿈 많고 똑똑한 ‘애순’(아이유)이 조실부모한 뒤 운명 앞에 발버둥 친다. 성실하고 우직한 ‘관식’(박보검)과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루고 부모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조선일보

    관식(왼쪽)과 애순.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펼쳐진다./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닷가 향촌 드라마가 주목받는 건 자연을 향한 도시 시청자의 갈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다를 낀 마을들에서 촬영한 ‘언니네 산지직송’ 같은 예능에서도 통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 남녀가 어려운 상황을 함께 돌파하는 이야기가 시청자 마음도 열리게 하는 풍광과 어우러져 더 특별해졌다”고 말했다.

    시골 마을의 순박한 인물들도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다. 어린 시절 애순을 연기한 아역 배우 김태연, 애순의 엄마 역 염혜란 배우 등 배우진에도 호평이 나왔다. 유년 시절 애순, 청년 애순, 어머니가 된 애순의 시절을 오가며 정신없이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인생의 여러 시절을 보여줬다.

    조선일보

    어머니의 동료 해녀들이 애순을 아끼고 염려한다. 곤궁해도 정이 살아있는 모습을 그렸다./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OTT에 없던 따뜻한 드라마”

    기존 OTT 작품과 색깔이 달라 새 이정표를 놓는 작품이 될지도 관심사다. 제작비 600억원이 투입됐고 ‘동백꽃 필 무렵’을 쓴 임상춘 작가, ‘시그널’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감독, ‘아가씨’ ‘국제시장’의 류성희 미술감독 등 유명 제작진이 참여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그동안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며 인간관계를 비정상적으로 설정하는 작품이 많았다면 ‘폭싹 속았수다’는 여러 세대의 상황을 이해하게 만드는 따뜻한 작품”이라며 “다만 아시아에서 통하더라도 북미권 흥행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김원석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고, 사람들의 보편타당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시리즈”라고 했다. 앞으로 3주에 걸쳐 완성될 이야기에서 얼마나 극본의 깊이가 드러날지 기대가 모인다.

    [김민정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