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13국 1위 ‘폭싹 속았수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제주 소녀 애순(오른쪽·아이유). 곁에 관식(박보검)이 있어 삶의 초라한 순간에도 빛났다. ‘폭싹 속았수다’는 애순의 어머니, 애순, 애순의 딸로 이어지는 인생 이야기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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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향촌 드라마 또 흥행
제주 풍광을 가득 담은 ‘폭싹 속았수다’는 바닷가 향촌 배경 드라마의 어김없는 흥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바닷가 마을 드라마는 해마다 거의 한 편꼴로 방영돼 넓은 연령대의 사랑을 받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왔기 때문이다. ‘동백꽃 필 무렵’(2019·최고 시청률 23.8%), ‘갯마을 차차차’(2021·12.7%), ‘우리들의 블루스’(2022·14.6%), ‘웰컴투 삼달리’(2023~2024·12.4%) 등이 대표적이다. 푸른 바다와 고즈넉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힐링 드라마’들이다.
‘폭싹 속았수다’에서도 이 공식이 이어졌다. 공개된 1~4화에서 거칠지만 아름다운 제주 풍광은 곧 서사였다. 1960년대 사회 정서와 여성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에 기시감이 없지 않지만, 아름다운 영상미와 시대의 재현이 어우러져 “감성적이고 아름답다”는 평이 나왔다. 해녀 딸로 태어난 꿈 많고 똑똑한 ‘애순’(아이유)이 조실부모한 뒤 운명 앞에 발버둥 친다. 성실하고 우직한 ‘관식’(박보검)과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루고 부모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관식(왼쪽)과 애순.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펼쳐진다./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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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향촌 드라마가 주목받는 건 자연을 향한 도시 시청자의 갈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다를 낀 마을들에서 촬영한 ‘언니네 산지직송’ 같은 예능에서도 통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 남녀가 어려운 상황을 함께 돌파하는 이야기가 시청자 마음도 열리게 하는 풍광과 어우러져 더 특별해졌다”고 말했다.
시골 마을의 순박한 인물들도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다. 어린 시절 애순을 연기한 아역 배우 김태연, 애순의 엄마 역 염혜란 배우 등 배우진에도 호평이 나왔다. 유년 시절 애순, 청년 애순, 어머니가 된 애순의 시절을 오가며 정신없이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인생의 여러 시절을 보여줬다.
어머니의 동료 해녀들이 애순을 아끼고 염려한다. 곤궁해도 정이 살아있는 모습을 그렸다./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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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에 없던 따뜻한 드라마”
기존 OTT 작품과 색깔이 달라 새 이정표를 놓는 작품이 될지도 관심사다. 제작비 600억원이 투입됐고 ‘동백꽃 필 무렵’을 쓴 임상춘 작가, ‘시그널’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감독, ‘아가씨’ ‘국제시장’의 류성희 미술감독 등 유명 제작진이 참여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그동안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며 인간관계를 비정상적으로 설정하는 작품이 많았다면 ‘폭싹 속았수다’는 여러 세대의 상황을 이해하게 만드는 따뜻한 작품”이라며 “다만 아시아에서 통하더라도 북미권 흥행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김원석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고, 사람들의 보편타당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시리즈”라고 했다. 앞으로 3주에 걸쳐 완성될 이야기에서 얼마나 극본의 깊이가 드러날지 기대가 모인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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