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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아닌 엄마가 입원하는 '기적'의 병원…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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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롭던 생명의 씨앗 희망으로 자라났다"

환자가 아닌 사람이 입원 중인 병원이 있다. 490g, 540g, 620g, 1.5㎏에도 못미치는 위태로운 생명의 씨앗을 희망으로 싹 틔우기 위해 산모와 의사, 간호사 모두 ‘기적’을 향해 모여있는 곳이다.

간절한 어머니의 기도와 ‘사력(死力)’을 다해 생명을 붙들고 있는 의료진이 만든 기적들이 1년이 됐다.

25일 오전 10시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에서 열린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1주년 기념행사에 300여명의 사람이 모였다.

1년 전 문을 연 센터에서 고위험을 건강으로 바꾼 신생아 130여명과 부모 100여명이 참석했다. 부산시 관계자와 의료진, 시민들도 이 ‘기적’들을 축하하러 찾아왔다.

“이 자리 자체가 감동이고 축복입니다”. 조현진 총괄센터장이 “기적의 순간들이 모여 1년을 맞이했다”고 웃음으로 인사했다.

센터 도움으로 세쌍둥이를 ‘선물’받게 된 한 부모가 센터에 기부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박형준 부산시장은 “그 기부금 333만원은 333억원보다 귀한 돈”이라고 축사했다.

25일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형준 부산시장이 축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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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산모는 “초저체중 아기가 걱정됐지만 생명의 씨앗을 키우려는 의료진의 노력을 보고 슬플 틈도 없었다”고 고마워했다.

개소 1주년을 맞이한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센터장 조현진 교수)가 그렇게 기적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 분만실과 신생아중환자실이 통합치료센터로 새로 단장해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조기 진통, 임신성 고혈압 질환, 산후출혈 등 고위험 산모뿐만 아니라 이른둥이,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 신생아들이 체계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권역 최고 전문시설로 자리잡았다. 첨단 시설과 함께 산부인과 8명, 소아청소년과 7명 등 15명의 최고 수준의 전문의들이 상시 협진 체계를 갖추고 있다.

조현진 센터장은 “태아부터 산모까지 원스톱으로 지역 완결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경남 거제, 경기도 평택에서 산모들이 찾아오는 등 동남권 대표 통합치료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센터는 산모·태아치료센터와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를 두 축으로 임신 상태에서부터 출산 이후까지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통합 치료한다. 산모·태아 치료 센터는 조기 진통, 임신성 고혈압 질환, 산후출혈 등 고위험 질환에 노출된 산모들의 진료를 담당하고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는 이른둥이,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 신생아들의 치료를 담당한다.

산모·태아치료센터는 다태아 임신에서 흔히 나타나는 상태아수혈증후군을 임신 상태에서 조기 진단하고 수술해 치료할 수 있다. 고난도의 숙련을 요하는 수술이어서 서울을 제외하고 지방에서는 해운대백병원만 진행할 수 있는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신생아집중치료센터에서는 출생 후 위중한 경과를 보이는 1kg 미만의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들의 응급 및 수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25주 미만 초극소 미숙아들을 제한 없이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지만 해운대백병원 신생아집중치료 지역에서 독보적인 진료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정미림 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해운대백병원은 부산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소아응급센터를 운영 중이며 특히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 전문의 진료체제를 확립하고 최고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35세 이상 산모 증가와 난임 시술 일반화로 다태아 임신이 늘면서 고위험 신생아 출산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고위험 임신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5세 이상 산모 비율은 2023년 36.3%로 10년 전(18%)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37주 미만 이른둥이 비율은 2023년 9.9%로, 10년 전(6%)의 1.5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2.5㎏ 미만 저체중아도 1.4배 늘었다. 다태아 임신도 크게 늘었다. 국내 출생아 가운데 다태아 비중은 최근 5년간(2019~2023년) 평균 5%대로 증가했다. 1990년대는 1%에 그쳤지만 30년 사이 5배나 뛰었다.

유산율과 관련한 충격적인 자료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10년간 누적 유산 건수가 107만 6071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누적 출생아 수가 348만 5907건인 것을 고려하면 출생아 3명 중 1명이 유산되는 것이다. 특히 부산은 2013년 유산율이 27.50%에서 2022년 34.1%로 급등했다.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서 진료 중인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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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수가 급증하고 그에 따른 유산율도 높아지고 있지만 산과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으로 전문 인력은 감소 일변도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 인프라는 고비용·저수익 시설로 민간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 센터장은 “고위험 임산부는 늘어나는데 저출생 대응을 위한 분만 인프라 유지에 한계가 많다”며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응급 수술이 어렵거나 불가피하게 전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역 공동체의 관심과 폭넓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센터 개소 1주년 행사에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을 비롯해 부산상공회의소 정현민 부회장, BNK 박문철 상무, 고려제강 이주철 부사장 등 정관계 및 상공계 인사가 참여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센터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가 뜻을 모아 임신 출산하기 좋은 도시 부산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김미애 의원은 “고위험 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는 생명을 살리는 필수 의료 인프라이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지원을 확대해야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해운대백병원 김성수 원장은 “해운대백병원은 앞으로도 부산시와 지역 사회와 손잡고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힘줬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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