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탈과(필수의료) 하지 마라"
"감귤(복귀 의사 조롱) 용어 귀엽다"
"절이 싫으면 중 떠나듯 탈조선 하라”
이국종(왼쪽 세 번째) 국군대전병원장이 지난달 5일 오후 대전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5기 사관생도들의 졸업 및 임관식에서 내빈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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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 분야 권위자인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한 강연에서 필수의료가 처한 현실을 비판하면서 의사 블랙리스트(복귀자에 대한 집단린치)를 두둔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충북 괴산에서 열린 의무사관 후보생 대상 강연에서 “여기 오기 싫었다. 후배들한테 미안해서 해줄 말이 없지만, 교장(학군교 교장)이 병원까지 찾아와서 (강연을) 해달라고 하는데 나도 국방부에서 월급 받는 입장이라 수락했다”고 운을 뗐다.
이 원장은 “조선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놈들이 해먹는 나라”라며 “이게 수천 년간 이어진 조선반도의 DNA고 이건 바뀌지 않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현업이던 시절 동료들이 외상외과를 그만둔 사례를 보여주면서 “서울대, 세브란스(병원) 노의들(고령 의사)과 공무원들에게 평생 괴롭힘 당하며 살기 싫으면 바이탈과(필수의료) 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군대전병원 지하창고를 독서실로 개조했는데 정신과 군의관 한 명이 거기서 USMLE(미국 의사면허 시험) 1차를 붙었다. 너무 기특해서 내가 플래카드까지 달아줬다. 조선에서는 가망이 없으니 너희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탈조선 하라”라고 부추겼다.
이 원장은 열악한 필수의료 현실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을 편들고, 복귀자를 조리돌림하는 블랙리스트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듯한 문제적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교수들은 중간착취자가 맞다. 나는 복귀자(전공의 복귀자)랑 패싸움이라도 벌어져서 반 정도는 죽어 있을 줄 알았는데 다들 착하다. 감귤(복귀 의사를 조롱하는 용어) 정도로 놀리는 거 보니 귀엽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강의 도중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겸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자, 강연을 듣고 있던 의무사관 후보생들과 통화를 연결해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원장과 전화 통화한 기록을 공개하면서 이 원장과의 남다른 친분을 과시했다.
이 원장은 올 초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주인공 백강혁 캐릭터의 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직접 헬기로 이송한 뒤 치료해 명성을 얻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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