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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4 (일)

    365일·24시간 돌봄을 한다고?…충남도, 풀케어 돌봄정책 버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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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충남 천안 온누리아동돌봄센터에서 지난달 21일 아이들이 월남쌈을 만들고 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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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오늘 특식은 뭐예요?”



    “안 가르쳐줄 거야.”



    지난달 21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구성동 온누리아동돌봄센터에 미취학 어린이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동네 아이들 12명이 모였다. 아이들은 등교해 점심을 먹고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들렀다가 이곳에 온다. 학년이 다르고 학원도 다르다 보니 오후 2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 센터 출입문 벨소리가 수시로 울린다.



    이날은 특식 만들기를 하는 날이다. 주산을 배우고 늦게 온 시연(초1)이는 ‘특식이 뭘까’ 궁금해했다. 김순기 센터장이 ‘밀당’하는 참인데 먼저 와 있던 아이들이 합창하듯 외쳤다. “월남싸~암.”



    옛 어린이집이 아이들 쉼터, 아동돌봄센터로 이 센터는 요일별로 오후 5~6시에 특별한 프로그램을 연다. 월요일은 이야기 할머니가 읽어주시는 동화, 화요일은 요리활동, 수요일은 보드게임, 목요일은 농장 선생님과 함께하는 자연생태교실, 금요일은 특식 만들기다.



    센터에서 아이들은 자유롭다. 김순기 센터장은 “아이들은 학교·학원에서 지쳐서 온다. 수다 떨고 놀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센터에서는 ‘다치지 않기’, ‘싸우지 않기’만 지키면 된다.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동시를 낭송하고 외운다. 동시는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키우는 영양제다. 또 감정노트를 채운다. 감정노트는 그날그날 느낀 점, 하고 싶은 말 등을 글과 그림으로 적는 낙서장이다. 하연(초3)이는 “감정노트가 속상한 일, 기쁜 일을 다 받아주는 친구”라고 말했다.



    이 센터는 지난해 9월 충남도가 폐원어린이집을 활용해 연 온누리아동돌봄 시범센터 가운데 한 곳이다. 충남도는 이 정책을 통해 재정 부담 없이 돌봄시설을 확대하고 경험 많은 관리자도 확보했다. 부모들은 센터장이 아이들을 돌보며 저녁을 제공하고 늦은 시간까지 돌봐주니 마음 놓고 일한다고 했다. 이아무개(39·강사)씨는 “돌봄시설은 가정 형편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기도 해 늘 불안했다. 하지만 이곳은 예전에 아이가 다니던 곳이고 집 같은 환경이어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 다닐 수 있는 대상은 초등학생 또는 초등학생과 형제자매 관계인 미취학 어린이이며 평소에는 저녁 8시, 부모가 사정이 있으면 밤 10시까지 돌본다. 충남도는 온누리아동돌봄센터를 365일·24시간 돌봄 시설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도 풀케어 돌봄정책 시즌2 충남도가 올해 들어 풀케어 돌봄정책 시즌2(버전업)를 시행했다. 버전업은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정부가 책임진다’를 목표로 복지·돌봄사각을 찾아내 지원하는 것이다. 버전업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정책은 365일·24시간 돌봄시설을 시행한 것이다.



    충남도의 풀케어 돌봄정책 버전업 자료를 보면, 0~5살 영유아는 어린이집 1339곳, 유치원 497곳에서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돌본다. 종일 돌봄이 필요한 영아는 도내 어린이집 25곳에서 평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24시간 풀케어를 제공한다. 6~12살 아동은 초등학교, 다함께돌봄센터 55곳, 지역아동센터 238곳, 마을돌봄터 22곳, 늘봄학교 422곳에서 오전 8시30분부터 최대 밤 10시까지 지낼 수 있다. 평일·공휴일·방학 때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도내 17개 365일·24시간 아동돌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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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손주를 돌보는 할아버지·할머니(4촌 이내 친인척)에게 돌봄수당 30만원을 지급한다. 당연한 일로 여겨온 가족 돌봄에 경제·사회적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돌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자녀(0~5살)에게도 월 28만원을 지원한다. 김효환 충남도 인구정책과 담당은 “외국인 자녀는 시·군이 형편에 따라 지원해왔다. 최근 계절노동자가 급증하고 유엔아동보호협약에 따른 지원 필요성이 제기돼 어린이집·유치원비 중 교육청 지원금을 뺀 차액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도 돌봄정책이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해 각 국·실에 분산돼 있던 공적 돌봄, 출산 지원, 여성과 외국인 지원 등 인구위기 대응 업무 등을 통합해 인구전략국을 신설하면서 추진 동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인구전략국은 출범하자마자 365일·24시간 어린이집 운영, 공공부문 주4일 출근제 시행, 육아휴직 대체인력 노동자에게 보수 외에 최대 200만원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풀케어 돌봄정책을 도입했다.



    충남도 풀케어 돌봄정책의 뼈대는 전문가들이 참여한 정책세미나를 통해 갖췄다. 지난해 9월 열린 풀케어정책방향 세미나에서 안세아 충남사회서비스원 연구위원은 “충남은 가족돌봄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이 39.8%로 전국 29.5%에 견줘 단연 높았고 또 87.9%는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노동정책과 더불어 틈새돌봄 긴급돌봄망을 구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종수 충남도 인구전략국장은 “충남도가 지방정부 차원에서 365일·24시간 돌봄 체계를 완성한 것은 ‘아이가 즐겁고 부모는 안심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돌봄 예산을 확보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해 정책을 뒷받침하고 ‘아이충남 플랫폼’을 개통해 충남의 풀케어 돌봄정책을 본궤도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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