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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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 베이징 특파원
30년 전 나온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성별 간 언어와 사고방식의 차이와 거기에서 비롯한 갈등의 해법을 다뤘다. 이 책에 대해선 여러 비판이 있지만, 그 제목은 차이에 따른 소통의 어려움을 비유하는 데 꼭 들어맞는다. 그래서 미-중 무역전쟁 중 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화성에서 온 중국, 금성에서 온 미국’.
미국은 때리고, 중국은 버틴다. 돌아서 중국이 때리고, 미국은 또 때린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 행정부가 가동된 뒤 고율 관세 부과를 통해 전개되고 있는 무역전쟁의 양상이다. 양쪽의 설전도 나선형을 그리며 긴장이 높아갔다. 미국은 중국을 “미국이 가진 무역 문제의 원천”이라고 지목했고, 중국은 “일방적 괴롭힘에 반대하고,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중 사이에 끼여 등이 터지는 나라들 처지에선 휴전이 절실하다. 그래서 반가웠다. 누구도 물러서지 않던 전쟁터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말을 하나씩 주워 담으며 물러서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경제 침체의 우려가 날로 커져서다. 중국은 여기에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나 두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협상까지 여러 난관이 꼽히지만, ‘화성에서 온 중국, 금성에서 온 미국’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워 보인다. 두 나라 사고방식의 차이가 양쪽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중국을 협상장으로 부르며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대화를 하려거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라”라고 한다. 관계 개선의 제스처, 여기서부터 코드가 안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유화 제스처가 있을까 싶겠지만, 국가 정상의 위상과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으로선 트럼프의 말이 한없이 가벼운 언사로 읽힐 터다.
‘트럼프 반, 시진핑 반’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행정부의 입들은 중국이 내내 요구하는 “존중의 태도”를 절반만이라도 이해해야 한다. 중국에선 어깨동무하고 이름을 부른다고 존중이 아니다. 신뢰를 쌓기까지는 예의를 다해 상대를 대해야 한다. 위상과 체면을 중시하는 시진핑 주석과 중국 정부는 트럼프적 ‘실리 추구’에 다가설 필요가 있다. “미국이 위협하고 고집부리면 끝까지 싸운다”고 하지만, 흔들리는 민생 경제를 하루빨리 회복해야 할 과제가 중국의 목전에 놓여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위기는 가장 아래로부터 닥친다. 중고 명품을 파는 중국의 한 상인은 한달 수입이 수천만원이라고 했다. “관세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몇년 전 일을 시작했고, 사업은 꾸준히 잘됐다”고 했다. 지난 21일 중국산 일상용품 수출 거래가 이뤄지는 중국 저장성의 거대한 도매시장 궈지상마오청에서 만난 일용직 물류 노동자 장씨는 수입이 줄고 있다고 했다. “아이가 가을이면 중학생이 된다. 제발 그 전까지는 관세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반미 감정이 넘실대지만, 수출품 제조공장에 다니다 벌이가 없어진 중국 노동자들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이 협상에 나설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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