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멜라니아와 함께 빠른 회복 기원”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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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83)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4개월 만에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바이든의 개인 대변인은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전립선암의 악성도를 나타내는 수치인) ‘글리슨 점수’가 5등급(9점)으로 암세포가 뼈까지 전이됐고 암이 매우 공격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바이든과 가족, 의료진은 여러 치료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은 최근 배뇨 과정에서 관련 증상을 호소했고, 의료진이 전립선에서 작은 결절을 발견해 암 진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은 지난 1월 퇴임 후 델라웨어주 윌밍턴 사저에 주로 머물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립선암은 미국 남성 100명 중 13명이 일생 중 진단받을 정도로 발병률이 높다. 글리슨 점수는 10점이 최대로, 9점이면 예후가 나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다만 바이든 측은 “해당 암이 호르몬에 민감한 것으로 보여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약물로 암세포를 자극하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고, 뼈로 전이되더라도 통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전립선암 환자의 절반가량은 3기 이상에서 진단된다. 특히 ‘공격적 암’은 정기 검사를 받더라도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다고 한다. 한현호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은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로 확인할 수 있지만, 전체 환자 중 5% 미만은 이 검사로 진단할 수 없다”며 “‘공격성이 높은 암’이 이런 특이한 경우”라고 했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은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5년 생존율이 90%를 넘는다. 다만 뼈 등에 전이된 전립선암의 생존율은 그보다 떨어진다. 한현호 교수는 “전립선암이 뼈로 전이된 경우 남성 호르몬 분비 억제, 경구 항암제 투여 치료를 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향후 4년 정도는 생존을 예상할 수 있고, 예후가 좋다면 기대 여명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하유신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다른 전이암에 비해 전립선암은 상대적으로 치료 경과가 좋은 치료법이 많이 개발돼 있고, 최근에는 약물 치료 요법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매우 향상됐다”고 했다.
바이든의 암 투병 소식이 알려지자, 미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바이든의 쾌유를 기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내) 멜라니아와 나는 바이든의 전립선암 진단 소식을 듣고 슬퍼하고 있다”며 “질 여사와 가족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며 바이든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X에 “바이든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결의와 우아함으로 이 도전에 맞서 싸울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바이든의 러닝메이트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조는 투사(fighter)”라며 “그는 자신의 삶을 정의해온 강인함, 회복력, 낙관주의로 이 도전을 마주할 것”이라고 했다. 비뇨기과 의사 출신인 그레그 머피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 질병에 대한 치료는 제 의사 경력(30년) 동안 큰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1942년생인 바이든은 올해 1월,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으로 퇴임했다. 취임 당시 79세였던 그는 재임 시절에도 ‘고령 리스크’ 우려에 시달렸다. 지난해 트럼프에 맞서 재선에 도전하려 했지만, TV 토론에서 한동안 말을 잊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이를 계기로 민주당은 대선 후보를 카멀라 해리스로 교체했다. 최근엔 그가 재임 시절 실제 인지 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였다고 폭로하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기도 했다.
CNN의 제이크 태퍼 기자와 악시오스의 알렉스 톰슨이 바이든 정부 관계자 200명 이상을 인터뷰해 최근 집필한 책 ‘원죄(Original Sin)’에 따르면, 바이든 보좌진들은 바이든 재선 시 휠체어 사용을 논의했다. 또 바이든이 지난해 한 모금 행사에서 15년 지기인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측근들이 상당 기간 이를 숨겼다고 이 책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은 “그들은 틀린 주장을 하고 있다”며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악시오스는 재임 당시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바이든과 로버트 허 전 특검의 6시간짜리 조사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바이든은 ‘팩스’ ‘게시판’ 같은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고 변호사 도움을 받는 모습이 등장한다. 바이든은 또 트럼프가 처음 당선된 연도, 자신의 장남인 보 바이든이 뇌종양으로 사망한 해를 떠올리지 못했다. 허 전 특검은 지난해 2월 바이든을 ‘기억력이 안 좋은 노인’으로 묘사하며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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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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