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생두 원재료 값 기준” 해명에도 ‘여진’
자영업자들 “배달수수료 등 현안 다뤄줬으면”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가 지난 2월17일 폐업해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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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놓고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 발언은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자신이 경기지사 시절 계곡에서 불법 영업을 하던 상인들을 설득해 자진 철거를 유도한 일을 언급하다가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원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내가 알아보니까 120원이더라”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열린 대선 후보 첫 TV토론에서 이 발언을 놓고 후보들 간 설전이 벌어지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커피 한 잔에 원자재, 컵 값, 전기세, 인건비, 임대료가 다 들어가는 건 모르냐” 등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 후보가 “커피 한 잔의 총 원가가 아니라 생두 기준 원재료 값을 예로 든 것”이라며 “2019년 기준 데이터를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식지 않았다.
커피업계 관계자들은 이 발언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한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19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도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의 원가는 300원대 전후”라며 “매장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원두업체와 협상이 어려운 개인 카페들은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30)도 “지금 판매하는 커피 한 잔 원가는 600원 전후”라고 말했다. 이어 “그마저도 임대료나 인건비는 제외한 것”이라며 “(이 후보 발언은) 황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김씨는 “윗사람들은 서민이었던 적이 없어 이해를 못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차모씨(36)는 “정치인들이 현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가뜩이나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자영업자들 입장도 제대로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최모씨(33)도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후보를 막론하고 선거 때마다 나오는 공약이 현실성이 없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씨도 “선거 때마다 자영업자 관련 공약이 나와도 매번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니 큰 기대가 없다”고 말했다.
배달수수료 인하 문제 등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안을 해결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준형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공플협) 공동의장은 “과도한 배달수수료 문제가 자영업자들이 겪는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공플협은 배달플랫폼 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부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 의장은 “정치인들에게 관련정책 제안 등을 보내도 답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야 가릴 것 없이 자영업자 문제가 대선 과정에서 더 다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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