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인에도… 추진 가능성 높아
사진=뉴스1, 그래픽=김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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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는 22일 ‘주한 미군 1개 여단급 병력을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전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공식 부인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주한 미군의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6·25전쟁 정전(停戰) 이후 이른바 ‘인계철선(引繼鐵線·Tripwire)’이라는 주한 미군의 대북(對北) 억제 역할을 ‘중국 앞 항공모함’이라는 미 인도·태평양 전략의 대중(對中) 견제로 확장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주한 미군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미 8군·7공군 등을 주둔시키며 북한의 제2남침을 억제해 왔다. 냉전기 동북아 안정의 안전핀 역할도 했지만 핵심 임무는 북한에 맞춰져 있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 유엔군사령관 등 3개의 직책을 동시에 맡으며 정전 관리 임무 등을 수행해 왔다. 현재도 미국은 한강 이북인 경기도 동두천에 미군 제210야전포병여단 등 전투부대를 배치해 놓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
하지만 미국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전략적 유연성’이란 개념을 도입해 주한 미군의 임무 수행 방식과 병력 규모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당시 부시 행정부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불량 국가·테러 위협 대응 전략을 짜면서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GPR)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주한 미군 병력 감축안이 포함됐던 것이다. 이에 2003~2006년 주한 미군 2사단 예하 부대가 이라크에 파병되고 일부 병력이 감축됐다. 용산 기지의 평택 이전도 추진됐다. 주한 미군을 ‘고정군’이 아니라 ‘기동군’ 또는 ‘순환 배치군’으로 조정하려 한 것이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주한 미군 역할 조정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갑자기 불거진 것이 아니라 이미 20년 전부터 구상돼 추진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내달 새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이 본격적으로 주한 미군과 관련한 각종 사항을 논의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병력 감축 및 이전뿐 아니라 한미 연합 훈련의 성격, 전시작전권 이양,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등이 한 테이블에 올라 종합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한 미군 역할 조정이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대외 전략이 바뀌면서 한층 더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경제·산업뿐 아니라 육·해·공 전반에서 군사력을 키워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자 미국이 대외 전략을 대중 강경책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미국은 북한의 위협은 한국의 첨단 전략과 미국의 확장 억제를 통해 관리하려고 한다”면서 “현재 미국의 최대 과제는 지리적으로 먼 태평양 건너의 중국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느냐이다”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만약 미국이 향후 주한 미군 일부를 괌으로 이동 배치한다면 중국을 더욱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주한 미군 감축 병력이 4500명으로 언급된 것도 주한 미군 지상군 전력의 주축인 스트라이커(Stryker) 여단의 이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트라이커 여단은 병력이 4500명 안팎인데 주한 미군 내 다른 부대와 달리 9개월마다 본토에서 파견됐다 복귀하는 반(半)주둔 순환 배치 부대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철수 또는 타 지역으로의 이전이 용이하다.
미국이 실제로 주한 미군 감축을 추진하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 파병 이후 러시아와 밀착해 핵·미사일 전력은 물론 재래식 전력 수준도 빠른 속도로 높이고 있는데, 주한 미군 감축을 한미 동맹 약화로 오판해 도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한 미군 감축은 한미 연합 방위력과 상징적 차원의 대북 억제력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주한 미군 감축이 주한 미군 방위비 인상 협상과 연동해 한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주한 미군 감축론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 트럼프 1기 때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도 수차례 불거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한국은 막대한 돈을 버는데 우리 돈을 들여 군대를 보내는 것은 미친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1기서 국방 장관을 지낸 마크 에스퍼 전 장관의 회고록에는 트럼프가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주한 미군 철수를 수시 주장했다는 대목이 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이 “1기 때는 바쁘니 주한 미군 철수는 두 번째 임기에 하자”고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긍했다고 한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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