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대북 유화책 내는 통일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미 연합사령부가 8월 한미 연합 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중 일부 훈련을 9월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일 전해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연합 훈련 조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한 뒤 이런 검토가 이뤄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정 장관은 이재명 정부에 참여한 대표적 ‘자주파’ 중 한 명이다. 정 장관이 “훈련 조정을 건의하겠다”고 한 다음 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가 열렸다. 한미 연합사의 ‘훈련 조정’ 검토가 우리 정부 요청인지는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정동영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말이 나왔다.
UFS는 지휘소 연습(CPX)과 야외 실기동 훈련(FTX)으로 구성된다. CPX는 컴퓨터·도상(圖上) 자료를 활용해 전쟁 실전 상황을 점검하는 지휘소 훈련으로 실내에서 진행된다. CPX와 별도로 야외에서 실제 부대들이 기동 훈련을 하는 게 FTX다. 한미연합사는 ‘폭염’ 상황을 고려해 CPX는 예정대로 8월에 진행하되, FTX 중 일부를 9월에 하는 ‘분산 훈련’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통상 30~40건의 FTX 가운데 미군 장비를 들여와 진행하는 훈련들은 연기가 어렵지만, 나머지 10여 건의 훈련은 연기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픽=정인성 |
국방부는 이날 한미 연합 훈련 조정 움직임과 관련해 “현재까지 변동된 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지난 31일 “내주 열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UFS 조정 문제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의 말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요즘 정 장관의 행보는 적잖은 관심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정 장관이 이재명 1기 내각에서 갖는 위상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캠프’에서 대선 후보인 정 장관을 도왔던 인연이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이 민주당 내에서 입지를 다져 나갈 때는 정 장관이 이 대통령을 지원했다. 정 장관이 ‘이재명의 멘토’라고 불리는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보 라인에서 정 장관의 말을 흘려듣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대표적인 ‘자주파’로 꼽히기도 한다. 통일부 장관 재직도 노무현 정부 때 이어 두 번째다. 이재명 정부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같은 정통 외교관 출신 ‘동맹파’들도 포진해 있는데, 정 장관이 ‘자주파’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장관은 장관 후보자 때부터 대북 유화 메시지를 냈다. 지난달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이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유발한 일부 원인이라고 했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초청하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도 했다.
취임 후에는 ‘북한 주민 접촉 신고 처리 지침’을 폐기했다. 원래는 ‘남북 교류 협력법’에 따라 통일부에 접촉 신고를 하게 돼 있는데, 이 지침을 폐기해 민간의 북한 접촉을 전면 허용한 것이다. 그는 다음 날엔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과 만나 “개성이 다시 열리는 날 한반도의 운명은 다시 달라지게 될 것”이라며 개성공단 재가동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북 제재 위반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정 장관에게 100% 힘을 실어주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예컨대 정 장관이 들고 나온 ‘통일부 명칭 변경’ 문제는 이 대통령도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대통령은 ‘북한은 주적’이라는 입장이 명확한 안규백 의원을 국방부 장관에 앉혔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처럼 ‘북한 올인’ 모드로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현 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과 ‘국가 안보 및 한미 동맹 강화’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