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위안부 기림의 날 행사 포스터. 광주시 제공 |
최복애 할머니는 광주 방직공장에서 일하다 남광주역에서 기차를 탔다. 여수를 거쳐 연락선에 오른 그는 일본을 거쳐 남태평양 팔라우에 도착했다. 강진에서 동원된 김태선(가명) 할머니는 1944년 광주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 광주역에서 화물칸 열차에 올라 미얀마(옛 버마)로 향했다. 이들은 타지에서 모진 세월을 견뎌야 했다.
광주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지역 사례를 처음으로 공식 발굴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공공역사연구소)에 의뢰해 수집한 결과다. 피해자 13명의 구술 자료와 동원 경로 등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오는 13일 열리는 ‘기림의 날’ 기념행사에서 공개된다.
광주 제사공장이나 방직공장에서 일하다 중국 등지로 집단 동원된 사례도 3건 더 드러났다. 광주는 인근 농촌에서 이주해온 여성들이 공장 등을 통해 동원되거나 동원 전 모이는 중간 집결지로 나타났다.
1938년부터 1944년 사이 ‘공출’과 관련한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형사처벌된 7건의 판결문도 발굴됐다. ‘어린 소녀나 과부가 전쟁터로 끌려간다’는 소문을 퍼뜨렸다는 혐의로 처벌한 기록으로, 당시 여성들이 느꼈던 공포와 억압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료로 평가된다.
‘기림의 날’ 본 행사는 13일 오후 5시 전일빌딩245에서 시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주제영상과 문화공연, 피해자 이름 부르기 등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으며, 광주시 아동·청소년의회와 시교육청 학생의장단도 참여한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주최 강연도 열린다. 광주 5개 자치구도 12일 북구를 시작으로 14일까지 전시와 공연, 인권축제 등 기념행사를 각각 마련한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현재 생존자는 6명뿐이다. 광주 등록자였던 곽예남 할머니는 2019년 3월 별세했다.
이영동 광주시 여성가족국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청소년과 함께 기억과 계승이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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