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금 착복·횡령 끊이지 않아”
원조 기구 해산 전 마지막 보고서
SIGAR의 마지막 보고서 표지. 부르카를 두른 여성들의 뒷모습을 담았다./SIG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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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AR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에 맞춰 탈레반 재집권 이후에도 진행해오던 원조 프로그램을 종료한다고 알렸다. 다만 고등교육 기회가 박탈된 여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원 등은 일단 연장하기로 했다.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옷) 차림의 여성들을 표지에 등장시킨 보고서는 실패로 돌아간 아프간 재건 사업의 교훈을 짚었다. 미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맞설 수 있도록 아프간군을 무장시키고, 오랜 내전으로 황폐화된 사회 기반 시설을 재건하는 데 막대한 금액을 지원했지만 정작 아프간 측은 받아들일 능력과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프간군의 ‘유령 군인’ 문제를 주된 실패 원인으로 지목했다. 미국의 지원하에 35만명 넘는 병력으로 편성된 아프간군 중 최소 6만명은 병적(兵籍)에만 적혀 있고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허점을 악용한 착복과 횡령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막대한 재건 기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현지 관리들의 부정 부패가 만연했던 점도 지적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던 탈레반 정권을 한 달 만에 군사적으로 축출했다. 이후 미군과 동맹군을 주둔시키고 아프간에 친서방 정부를 수립했다. 탈레반 치하에서 억압받던 여성들도 정치·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시켰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부패 속에 탈레반의 테러가 빈발하면서 미군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에 아프간 재건 사업을 보다 투명하게 관리·감독한다는 취지로 2008년 SIGAR이 설립돼 분기마다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SIGAR은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탈레반과 철군 협정을 맺고, 1년 뒤 아프간 친서방 정부가 붕괴된 뒤에도 보고서를 냈다. 이를 통해 탈레반 집권 이후 서방과 관계가 단절된 아프간의 정세를 알리고, 미국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교훈을 남기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탈레반 재집권으로 무용론(無用論)이 제기되자 지난해 10월 자발적으로 해산을 요청했다. SIGAR은 그간의 활동을 결산하는 보고서 두 건을 추가로 발간한 뒤 내년 1월 폐지될 예정이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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