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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이태원 참사

    [단독] “특전사에서도 버텼는데”…이태원 참사, 그날에 갇힌 소방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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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2022년 10월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사망자 이송을 위해 구급대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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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군대도 특전사를 나왔어요. 정신력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태원 참사 이후에는 그런 것 관계없이 너무 힘들었어요.”



    서울 마포소방서 구조대원이었던 김아무개(48)씨는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0·29 이태원 참사 당시를 회상할 때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뒤 현장에 출동해 구조 업무를 맡았다. 다음날 아침 6시까지 구조가 이어졌지만 사실상 김씨는 희생자 주검을 옮기는 일을 했다고 한다. 김씨는 “80~90구의 주검을 정신없이 한곳으로 옮기던 일이 여전히 기억 속에 선명하다. 그 이후에도 이 장면이 (사진처럼 박힌 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이후 1년 동안 휴직을 신청한 뒤 구조대원으로 복직했다. 하지만 김씨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현장에 출동할 때마다 이태원 참사가 떠올라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결국 김씨는 3개월 만에 다시 휴직계를 냈다. 1년 더 일을 놓았지만 끝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복직 첫날 퇴직을 결심했다. 세 아이의 아빠인 그는 가족과 떨어져 부산에서 일용직 건설 현장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이태원 참사 뒤) 출근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다. 잠도 오지 않았다. 스스로 노력해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며 “소방관으로 일할 때보다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소방 관련 일은 더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씨를 20년 가까이 지켜본 지인 박아무개씨는 “(김씨가) 이태원 참사 지원을 갔다온 뒤 행동이 달라졌다. 날파리들이 죽을 것 같다면서 자전거도 타지 않았다”며 “한달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정말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퇴직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에 따른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김씨는 “공무상 요양 불승인 통보에도 일단 빨리 퇴직하자는 생각에 억울했지만 이의신청 없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최근 인천에서 1주일 넘게 실종된 소방관 ㄱ씨도 이태원 참사 출동을 다녀온 뒤 트라우마를 호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는 인천소방본부 상담 과정에서 심리적 불안 등으로 병원 진료 권유를 받았고, 참사 직후인 2022년 11월과 12월 모두 4차례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ㄱ씨 가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ㄱ씨는) 소방대원이었으며 이태원 참사 당시 반장으로 선두 지휘를 했고 이때 심각한 트라우마가 생겨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ㄱ씨) 방에서 참사 직후 우울증 진단서와 우울증 약들이 발견됐다”고 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2022년 병원 진료 당시 추가로 상담이 이뤄졌는데, 이때 6개월 정도 병원을 다니라는 권유를 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ㄱ씨가 괜찮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2023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었던 오영환 의원실(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이태원 참사 구조 활동에 참여한 뒤 트라우마 치료를 받는 소방관 수는 1316명에 달했다. 소방관들은 이태원 참사 초기를 제외하고 추적 관찰 등 조치가 부족했다고 토로한다.



    김종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장은 “본부에서도 특별휴가, 찾아가는 상담소 등을 운영했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비용을 지원했지만 내부에선 (트라우마와 관련해) 서로 얘기를 잘 안 꺼내는 문화가 있었다”며 “참사가 워낙 크다 보니 소방관들이 자기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본부에서도 초기 조치 외에 추가로 관리를 해주는 것은 없었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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