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대화 와중에 도청 목적 특수부대 파견 승인
美에 대한 김정은 불신 커져 악영향 줄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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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트럼프 정부가 2019년 북한 김정은을 도청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침투시켰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해 “난 아는 바가 없다”며 “확인해 볼 수 있지만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NYT는 이날 수십 명의 전·현직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북한과 핵 협상을 하던 지난 2019년 김정은을 도청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할 목적으로 해군 정예 특수부대의 북한 침투 작전을 극비리에 승인했지만 작전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을 받은 뒤 “나는 지금 처음 듣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방부 역시 이번 보도의 진위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 당국이 아예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았고, NYT가 구체적인 특수 부대 명칭(실 팀 6의 ‘레드 대대’)과 함께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술했기 때문에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수부대 작전이 실행된 2019년 초는 미·북이 이미 싱가포르에서 한 차례 만났고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까지 한창 비핵화 협상을 벌이던 때였다. 대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수부대를 파견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 민간인도 일부 사살됐기 때문에 김정은 입장에선 대미 불신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 보도가 트럼프가 재집권 이후 추진하려는 미·북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취임 후 거듭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미·북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같은 ‘뉴욕 채널’ 등을 통해 친서(親書)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과 만나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에 “그것(만남)을 추진하겠다”며 “가능하면 올해 만나고 싶다”고 했었다. 외교가에서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트럼프가 방한하면 이를 계기로 미·북 대화의 창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국방부 명칭을 ‘전쟁부’로 변경하고, 미국인을 부당하게 억류한 국가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는 두 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지금 국방부 명칭은 너무 각성적(wokey)”이라며 “이 명칭은 승리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훨씬 더 적절한 이름”이라고 했다. 미 국방 당국은 1789년부터 1947년까지 ‘전쟁부’란 이름을 사용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국방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트럼프는 “우리가 1·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을 때 국방부를 전쟁부라 불렀다”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면 나는 괜찮다”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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