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루츠카 살해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 /샬럿 교통 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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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전철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이 한 전과자에 의해 살해된 사건을 두고 정치권에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일은 민주당이 워크(WOKE·깨어 있다는 의미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을 비꼬는 용어) 의제만 우선시한 결과라며 비판했다.
백악관은 8일 ‘샬럿 살인 사건, 민주당 실패를 드러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 이리나 자루츠카(23)가 지난달 22일 샬럿의 전철 안에서 피살당한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자루츠카는 전철에 앉아 있다 일면식도 없는 뒷자리 남성에게 흉기로 목을 찔려 숨졌다. 자루츠카가 저항할 새도 없이 공격당하는 모습의 전철 내부 방범카메라 영상이 확산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자루츠카를 공격한 남성이 수많은 전과를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피의자 이름은 데카를로스 브라운(34)으로, 지난 10년간 14건 이상의 전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브라운은 무장 강도로 수년간 복역한 전력도 있었다. 올해 초 어머니에 의해 강제 입원된 뒤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으며, 이후 병원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조종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반복해서 911에 허위 신고를 하다 체포됐다. 다만 당시 판사는 보석금 없이 브라운을 석방했다.
이에 백악관은 “이 ‘정신 이상 괴물’은 10년 넘게 폭력 범죄로 수차례 체포됐다”며 “긴 전과 기록, 정신 건강 문제, 세 차례의 보석금 몰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판사는 그를 다시 거리에 풀어줬다. 불과 몇 달 후 그는 무고한 여성을 살해할 자유를 얻었다”고 했다.
전철에서 기습 공격으로 살해된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 이리나 자루츠카(23).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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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이제 이런 일이 민주당이 운영하는 도시들에서는 일상이 됐다”며 “무보석금 제도와 경찰 자금 삭감 등 급진 좌파 정책 때문에 타락한 전과자들이 다시 거리에 풀려나, 우리의 나라 곳곳에서 강간, 약탈, 살인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이는 노스캐롤라이나 민주당 정치인, 검사, 판사들이 시민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그들을 지켜내지 못하는 워크(WOKE) 의제를 우선시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압도적 과반인 샬럿 시의회가 911 신고를 경찰서가 아닌 다른 기관으로 돌리고, 노스캐롤라이나주 주지사가 일부 범죄에 대한 보석금 폐지를 권고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 사안을 언급하며 연방 통제 강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날 워싱턴 D.C. 성경박물관에서 연설 중 자루츠카의 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피살 당시 모습이 담긴 방범카메라 영상에 대해 “너무 끔찍해서 볼 수조차 없는 영상“이라며 “피의자는 그저 잔인하게 칼부림했고, 피해자는 그저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는 사악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나라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비 라일 샬럿 시장은 “저도 여러분과 같이 가슴이 찢어진다”며 “우리 도시의 진정한 안전이 어떤 것인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정치적 논란에 불을 지피는 결과만 낳았다.
AP는 이번 사건이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에게 분노의 불씨가 됐다고 짚었다.
브라운의 범행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샬럿 교통 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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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 백악관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 등 여러 보수 진영 인사는 소셜미디어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비판에 나섰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X에 “이 괴물은 위험한 무기 강도, 주거 침입, 절도 등 수많은 전과가 있었다”며 “샬럿이 제대로 처벌하지 못해 자루츠카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썼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민주당을 겨냥하는 동시에 대대적인 범죄 소탕 작전 실행과 군 병력 투입에 대한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이번 일을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샬럿 피살 사건을 근거로 민주당 도시들에 대한 연방 차원의 범죄 단속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강화했다”고 했다. 또 AP는 “트럼프와 MAGA 세력이 이번 사건을 통해 민주당이 이끄는 도시의 치안 실패를 강조하며, 연방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강화했다”고 했다.
한편 이번에 살해된 자루츠카는 3년 전 러시아 전쟁을 피해 어머니, 여동생, 남동생과 함께 미국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고 기사에 따르면, 자루츠카는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대학에서 미술 및 복원 학위를 받았고, 수의 조수로 일하는 꿈을 갖고 있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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