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왼쪽에서 여섯번째)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왼쪽에서 여덟번째) 등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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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를 위한 협상 개시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오늘날 우리는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지경학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아세안+3(한·중·일) 협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2기 집권 이후 출렁이는 국제 질서 변화 속에서 역내 협력 강화와 외교·통상 다변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 이웃사촌과 같은 관계”라며 “아세안은 한국의 3대 교역 대상이고, 한국은 누적 85억달러에 달하는 ODA(공적개발원조)를 통해 아세안의 미래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아세안 관계 40주년인 2029년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를 준비해 나가겠다”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의 약칭을 딴 ‘조력자·도약대·동반자’ 관계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비전별로 구체적인 그림도 내놨다. ‘꿈과 희망을 이루는 조력자’ 항목에서는 상호 방문 1500만명, ‘성장과 혁신의 도약대’에서는 연간 상호 교역액 3000억달러, ‘평화와 안정의 파트너’에서는 초국가범죄 대응 공조 등을 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최근 법 집행 사각지대인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스캠(사기) 센터 등 조직적 범죄단지가 확산되고 있다”며 “한국 경찰청은 아세아나폴과의 수사 공조를 통해 조직적 범죄단지를 근절하고 초국가범죄가 이 지역에서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도록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초국가범죄 대응을 위해 아세안과 긴밀한 형사·사법 공조 체제를 구축하자는 제안도 했다.
아세안 각국 정상들은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제안에 공감을 표시했다.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와 공존을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는 정상들의 의사도 확인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각국 정상들은 한·아세안 FTA 업그레이드, 디지털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협력, 문화 인적 교류 확대 및 인재 육성 지원, 스캠 등 초국가범죄 공동 대응 및 해안 안보 협력 강화 등을 희망하며, 우리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한·아세안 FTA 업그레이드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말레이시아 매체 더 스타 기고문에서 “연간 교역액 3000억달러 달성이란 과감한 목표와 함께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한·아세안 FTA 개선 협상 개시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이날 이 대통령과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FTA 협상을 타결했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이로 인해 양국 간 교역과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양 정상은 방위산업 협력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안와르 총리는 회담에서 “말레이시아의 국방 역량 강화에 있어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또 스마트 인프라, 에너지 전환 등 미래지향적 분야에서도 잠재력이 큰 만큼 협력 분야를 확대해 나가자는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아세안+3 회의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미·중 갈등 구도 속 국제사회가 당면한 위기의 복합적·다층적 측면을 강조하며 역내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새로운 지경학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면서 “사반세기 전 아세안+3 출범을 낳았던 협력과 연대의 정신을 되새기며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실질 협력을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조성과 중소기업 지원, 식량안보 목적의 아세안+3 비상 쌀 비축제에 쌀 1만t 추가 기여 등을 약속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아세안+3 회의에 중국과 일본은 각각 리창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대신이 참석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이날 새벽 일본으로 출국하며 두 사람의 조우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쿠알라룸푸르 |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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