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연대에 맞서 공동 개발키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대신이 10월 29일 일본 도쿄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과 일본이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첨단 무인기(드론)의 공동 개발에 나선다. 두 나라 합작으로 양산될 AI 무인기는 다른 자유 진영 국가들과의 군사 작전에도 투입되며, 중국·러시아·북한의 군사 연대에 맞설 핵심 자산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은 최근 AI 무인기 공동 개발 프로젝트인 ‘사무라이(SAMURAI)’의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의 공식 명칭은 ‘상호 실행 시간 확증 인공지능의 전략적 발전(Strategic Advancement of Mutual Runtime Assurance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앞글자를 따면 ‘SAMURAI’가 되는데, 봉건시대 일본 무사(사무라이·侍)와 발음이 같다. 강력한 군사 동맹임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겠다는 두 나라의 의지가 프로젝트 이름에 담겨 있다.
‘사무라이’ 프로젝트 출범에 따라 미국 공군·우주군과 일본 항공자위대 등에 배치된 AI 무인기 전문 인력들이 포진한 양국 간 협의체가 곧 구성될 전망이다. 사무라이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스스로 목표물을 향해 자율 비행하고 목표물을 겨냥할 수 있는 첨단 무인기의 상용화다. 이렇게 개발한 무인기를 위험 지역 정찰이나 단독 작전 수행에 투입할 뿐 아니라, 실제 조종사가 탑승한 전투기를 엄호하는 ‘로열 윙맨(충성스러운 편대원)’으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이진영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 공군은 “사무라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될 AI·무인 비행 기능 장착 차세대 전투기들은 작전상 안전성과 상호 운용성이 강화돼 미·일 동맹을 더욱 강력하게 결속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방산 전문 포털 ‘NSBT 재팬’에서 활동하는 군사 분석가 존 제이컵스는 “사무라이 프로젝트로 만들어지는 무인기는 유인 전투기와의 협업 등 다양한 작전에 투입돼 미국과 일본의 공군력을 강화해 주는 ‘로열 윙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 기술진은 개발 단계의 차세대 기술인 ‘실행 시간 확증(Runtime Assurance·RTA)’의 상용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RTA는 무인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예상치 못한 위험 상황이나 오작동이 발생할 경우, AI 주 제어기 대신 안전한 제어기로 자동 전환하는 기능으로, 위험한 상황에서도 작전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무라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AI 기반 자율 비행 드론이 탄생할 경우 북·중·러 군사 연대에 맞선 자유 진영의 ‘창’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군사 전문 매체 ‘인도 태평양 디펜스 포럼’은 최신 호에서 “일본은 영국·이탈리아와 공동으로 차세대 첨단 전투기 개발에 착수했는데, 사무라이 프로젝트로 만들어지는 무인기는 3국 공동 개발 전투기와의 상호 운용성도 염두에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이어 “RTA가 탑재된 무인기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 열도와 관련한 중국 행동에 대응하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는 미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의 격년제 연합 훈련이 창설됐는데 사무라이의 행동 강령이라는 의미의 ‘부시도(武士道)’를 넣은 ‘부시도 가디언’으로 명명됐다. 지난달 마무리된 올해 부시도 가디언 훈련은 호주까지 참가한 3국 합동 훈련으로 진행됐다. 미 육군과 일본 육상자위대는 1982년부터 대규모 연례 합동 훈련인 야마사쿠라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데, 부시도 가디언과 마찬가지로 미국·일본·호주 합동 훈련으로 규모를 키웠다. 일본의 산이나 들에 피는 야생 벚나무 야마사쿠라(山櫻)를 훈련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매년 새로운 야마사쿠라 로고가 발표되는데 그중에는 갑옷을 입은 사무라이의 모습이 들어간 로고도 있다. 사무라이가 갖고 있는 일본의 상징성, 일본의 무사 문화에 대한 서구 사회의 관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같은 군사 훈련·프로젝트 이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지섭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