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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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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선진국 아닙니까?”…울산화력 유족들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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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구급대원들이 7일 오전 한국동서발전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노동자를 옮기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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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선진국 아닙니까. 특히 이번 정부에서 안전사고 근절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또 발생하니 기가 찹니다.”



    한국동서발전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숨진 노동자 전아무개(49)씨의 빈소에서 7일 만난 전씨의 친척 ㄱ(73)씨는 혀를 차며 이렇게 말했다. 전씨는 이날 아침 7시43분∼8시52분 사이 다른 두 명의 노동자와 함께 발견됐지만, 오전 11시10분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울산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이날 오후 그의 빈소가 차려졌다. 스무개의 빈 탁자와 여든 개의 빈 의자. 영정사진 조차 없이 간단한 과일과 주전부리만 놓인 고인의 재단에선 허무함이 묻어 나왔다. 오직 ㄱ씨만이, 텅 빈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ㄱ씨는 울산에 살아 서울에서 살았던 전씨와 많은 교류는 없었지만, 고인을 ‘묵묵히 열심히 사는 소시민’이라고 기억했다. 전씨는 업무차 울산의 현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ㄱ씨는 “참담한 목소리였다”며 전날 전씨 아버지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전했다. ㄱ씨는 “(전씨의 아버지가) ‘울산에 있는 화력발전소를 아느냐’며 ‘(전씨가)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울산에 가서 일했는 모양이더라’고 내게 말했다. ‘보일러 해체 작업을 하다 폭싹 내려 앉아서 갇혔는데, 절단났다 카더라’고 했다”고 전했다.



    ㄱ씨는 포항에서 온 전씨의 부친과 함께 밤사이 현장을 지켰다고 말했다. ㄱ씨는 “안타깝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땅을 파고 들어갈 수도 없고, 쳐다만 보고 있었다”면서 “오전에 전씨를 찾았다는데 예상대로 희망이 아니고, 절망이라고 하더라”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전씨의 부친은 오전까지 현장을 지켰다고 한다.



    빈소가 마련된 지 한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전씨의 아버지가 빈소에 도착했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다른 가족들도 곧 빈소를 찾았다. 전씨의 아버지는 흐느끼는 며느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하기도 했다. 며느리가 자리를 옮기자, 그는 ㄱ씨와 함께 연거푸 소주를 들이켰다.



    울산의 다른 병원 장례식장엔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이아무개(61)씨의 주검이 안치됐다. 이씨는 전씨와 같은 시간대에 발견돼 오전 9시20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장례식장엔 이씨의 소속업체인 ㅋ사 직원 2명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넋이 나간 듯 먼 곳을 응시하거나, 초조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이씨의 처형인 ㄴ씨는 이씨가 세상을 떠난 것을 믿지 못했다. ㄴ씨는 “(이씨는) 건강하고 부지런하고 싹싹했던 사람이었다. 힘이 좋아 일도 잘했다”고 말했다. 이어 “텔레비전에서나 봤지 누가 현실이 될 거라 생각했겠나. 지금도 꿈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내는 해가 넘어가고서야 남편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안치실로 이동했다. 그는 안치실 문을 바라보며 말없이 5분 정도 서있다가, 조카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갔다. 조금 뒤 문을 열고 나온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가족들이) 아침에는 너무 놀라 확인하지 못하셨다. 이제서야 신원을 확인하셨다”고 전했다. 이씨의 딸은 차마 안치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 밖에서 흐느꼈다.



    이씨의 신원 확인을 마친 직원들은 아무말 없이 장례식장을 떠났다. 이들은 충북 청주에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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