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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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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 유혈진압 하시나 전 방글라 총리, ‘국부의 딸’에서 사형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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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글라데시 법원이 지난해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셰이크 하시나(78) 전 방글라데시 총리에게 17일 사형을 선고했다.

    방글라데시의 특설 법원인 국제전범재판소(ICT) 재판부는 이날 “하시나 전 총리가 치안 기관을 동원해 초법적 살인을 부추기고 명령한 책임이 있다”며 “그에게 부과할 수 있는 형량은 사형뿐”이라고 했다.

    하시나는 지난해 7월 독립 유공자 자녀에 대한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대규모 시위를 열자, 이를 강경 진압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1400여 명이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사망하고 최대 2만500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유혈 진압에도 시위가 전국적 항쟁으로 확산하자 하시나는 지난해 8월 총리직에서 물러나 인도로 도피했다. 이후 방글라데시 검찰은 그를 시위대 살해 지시, 유혈 진압 조장, 살상용 무기와 드론 사용 지시 등 5개 혐의로 기소하고 사형을 구형했다.

    한때 ‘국부(國父)의 딸’이자 여장부로 추앙받던 하시나의 명예와 정치적 자산은 이번 판결로 사실상 무너져 내렸다. 방글라데시의 독립 영웅인 무지부르 라흐만 초대 대통령의 장녀로 태어난 그는 1981년 정치 입문 당시만 해도 ‘군부 독재에 맞서는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불렸다. 그러나 2009년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15년간 장기 집권을 이어가며 야당을 탄압하고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등 권위주의 행보를 보였고, 지난해 유혈 사태는 그 정점으로 평가된다.

    현재 인도 뉴델리에 칩거 중인 하시나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성명을 내고 “내게 내려진 판결은 민주적 권한이 없는 비선출 정부가 만들고 주재하는 조작된 재판소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반발했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는 인도에 하시나의 송환을 공식 요청했지만, 인도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사형 선고로 방글라데시가 인도에 하시나의 송환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판결 전후로 방글라데시 전역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시나가 이끌었던 아와미연맹(AL)은 재판에 항의하며 전국적인 파업을 선동했다. 이어 지난 10일 수도 다카 시내에선 정부·정당·종교 시설 등 11곳에 화염병이 투척되고 버스 3대가 불에 타는 등 폭력 사태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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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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