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올린 인공지능(AI) 합성 이미지 사진. /트루스소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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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탄절과 함께 양대 명절로 꼽히는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워싱턴 DC를 떠나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 머물고 있다. 이 시기만큼은 미 대통령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고 가족과의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보통인데 26일 백악관 인근에서 주방위군 병사 2명이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총을 맞은 사건을 계기로 제3국 ‘우려 국가’ 이민 및 망명 심사 전면 중단, 비(非)시민권자에 대한 연방 정부 혜택 폐지, 사법부가 제동을 건 주방위군 추가 배치 같은 굵직한 조치들을 발표했다. 또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대부분의 문서가 ‘오토펜(autopen·자동 서명기)’으로 서명됐다며 효력을 중단한다고 했고, 2028년 선거에서 3선(選)에 도전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트럼프가 반(反)이민 정책에 다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이번 총격 사건의 구도가 비교적 명징하기 때문이다. 범인 라마눌라 라칸왈(29)은 바이든 정부에서 입국 허가를 얻어 미국에 들어왔고 이 시기 망명 신청을 했다. 27일 트럼프가 사망 소식을 전한 사라 백스트롬 상병은 20세 여성 백인이다.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반(反)이민 어젠다로 재미를 봤던 만큼 지방선거 참패,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공개 논란 등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렸던 그가 연휴 이후 반이민 정책을 중심으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조지프 애들로 이민국(USCIS) 국장은 28일 “모든 외국인이 최대한의 심사와 검증을 받을 수 있게 될 때까지 모든 망명 결정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바이든 정부 시절 승인된 망명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28일에는 “졸린 조 바이든이 손이 아닌 오토펜으로 서명한 모든 문서(전체의 약 92%)는 즉시 무효”라며 “더 이상 어떠한 효력도 갖지 않는다. 만약 바이든이 그가 관여했다고 주장한다면 위증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재임 기간 참모들이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를 감추기 위해 오토펜으로 정책 결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여기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지만, 지난 9월에는 백악관에 역대 대통령을 기념하는 공간을 조성하면서 바이든의 경우 인물 초상 대신 오토펜 사진을 걸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인 1월 20일에도 바이든 정부 시절 이뤄진 행정명령 등 78건을 무더기로 철회했는데, 아들 헌터에 대한 특별사면 등을 문제 삼아 이를 실제로 취소하면 민주당 반발과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주요 지역 미군들과 통화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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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3선 도전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만한 인공지능(AI) 합성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다. 28일 올린 한 사진을 보면 트럼프가 ‘TRUMP 2028, YES’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22조는 ‘대통령직에 두 번 이상 당선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자신의 3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왔다. 개헌(改憲)을 통하지 않으면 3선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기 레임덕이 올 수 있어 트럼프가 일부러 그 가능성을 띄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자신이 차기 선거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고,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편법’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싫어할 것”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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