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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루브르, 非EU 관광객 요금 인상… 佛언론 “한국 국중박은 무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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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선우의 유로 스코프]

    내년부터 입장료 45% 인상

    현지 언론·노조도 일제히 비판

    조선일보

    /원선우 특파원 지난달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관람객 수백 명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 앞에 구름처럼 몰려 사진을 찍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한국·중국·미국 등 비(非)유럽권 출신이었다. 박물관 측은 열악한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유럽경제지역(EU 회원국과 아이슬란드·노르웨이·리히텐슈타인으로 구성된 자유무역지대) 외 국가 출신 방문객의 입장료를 대폭 인상할 방침이다./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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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내년부터 한국·미국·영국·중국 등 비(非)유럽연합(EU) 출신 관광객 입장료를 현 22유로(약 3만7000원)에서 32유로(약 5만4000원)로 45% 올리기로 한 것을 두고 현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연 870만명이 방문하는 루브르의 열악한 관람 환경과 보안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프랑스 주요 노조는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을 관람할 권리를 전 세계인에 동등하게 제공하는 ‘문화 보편주의’에 어긋난다고 반발했고, 현지 언론도 “영국의 대영박물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은 공짜”(르파리지앵)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본지가 찾은 루브르는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시장 바닥’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인데도 유리 피라미드 등 출입구마다 수백 m 줄로 늘어서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 ‘모나리자’ 전시실은 수백 명 인파가 계속 몰려와 발 디딜 틈이 전혀 없었고 정상적 관람이 불가능했다.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 등 유명 조각 앞에도 인파가 몰려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미켈란젤로 등 이탈리아 르네상스 작가들의 조각은 생생한 관람을 위해 보호 장치가 거의 없었는데, 인파에 밀린 누군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유물이 훼손될 우려도 있어 보였다. 지난 10월 왕실 보석 도난 사건으로 폐쇄된 ‘아폴론 갤러리’ 앞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어 “여기가 거기래”라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화장실이나 휴식 공간 같은 시설도 열악하고 불편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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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브르는 “우리의 격에 맞지 않는 환경”이라며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입장료 인상안을 확정했다. 내년 1월 14일부터 EU 회원국과 아이슬란드·노르웨이·리히텐슈타인(EEA·유럽경제지역 국가)을 제외한 나라에서 온 방문객은 인상된 입장료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루브르에는 연 2000만유로(약 340억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2031년 완료를 목표로 ‘루브르 뉴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모나리자 전용 전시실을 개장하고 보안·편의 시설을 개선하는 대대적 리모델링 작업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8억유로(약 1조3000억원) 자금을 충당하려면 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의 보석 도난 사건 이후 감시 카메라마저 충분치 않았다는 질타가 이어지면서 재원 확충 명분도 커졌다.

    하지만 주요 노조는 일제히 반발했다. 연대단결민주(SUD)는 “루브르가 지난 200년 동안 지켜온 보편주의가 파괴됐다”며 “관람객 국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직원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노동총연맹(CGT)은 “박물관에 대한 국가의 무관심으로 황폐해진 박물관 방문에 최고가를 지불하게 됐다”고,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은 “관람객들이 국적 확인 과정에서 차별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월 17유로였던 입장료가 전 세계 공통으로 22유로로 인상된 이후, 2년 만에 다시 45%를 더 내야 하는 외국 네티즌들은 “과거 후진국들이나 받던 ‘외국인 전용 요금’을 이젠 프랑스마저 따라 한다”고 했다.

    프랑스 언론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과 영국의 대영박물관은 ‘무료’임을 거론하며 루브르의 입장료 인상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세계의 많은 유명 박물관 입장료가 무료”라며 “특히 대영박물관은 전 세계 미술품과 유물을 백과사전처럼 소장하며 200만 년 인류 역사를 망라하고,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미술의 역사를 무료로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루브르는 지난해 관람객의 77%가 외국인이고, 상당수가 미국(13%), 중국(6%), 영국(5%) 등 강대국 출신인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로랑스 데 카르 루브르 관장은 “입장료 인상은 프랑스 납세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라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인은 자신들이 보편적 유산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라시다 다티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외국인 차등 요금’을 베르사유궁, 파리 오페라하우스, 생트샤펠 등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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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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