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도 지원’ 진술 확보 인정
“다른 수사 기관에 사건 넘길 것”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 과정에서 윤씨가 최근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민주당 지원)을 청취하고, 서명 날인을 받은 후 내사 사건 번호를 부여받아 사건 기록으로 만들었다”며 “다만 그 진술 내용이 인적, 물적, 시간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상의 수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특검 종료 후) 수사 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교가 민주당 전현직 의원 등에게 수천만 원대 금품을 제공하고, 쪼개기 후원금, 출판 기념회 책 구매 등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은 향후 경찰 국가수사본부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민중기 특검은 지난 7월 수사 개시 후 김 여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건을 다수 수사해 ‘별건 수사’ 논란을 일으켰다. 특검이 지금까지 기소한 24명 가운데 16명은 김 여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그동안 별건 수사의 근거로 제시하던 특검법상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 규정을 민주당 사건에 대해서만 유독 소극적으로 해석해 수사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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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수사’로 16명 기소했던 특검의 ‘선택 수사’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가 대통령 배우자로 있으면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거나 국정에 개입한 의혹 사건 등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특검에 진술한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게 민중기 특검의 주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민중기 특검이 김 여사와 관계없는 다수의 ‘별건 수사’를 벌여온 점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중기 특검은 수사 초기부터 김 여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의문시되는 사건을 다수 수사하면서 ‘별건 수사’ 논란을 불렀다. 특검은 지난 7월 수사를 개시한 후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가장 먼저 강제 수사를 벌였다. 특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일준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김 여사가 연관돼 있다는 점은 밝혀내지 못했다. 김 여사 측근인 김예성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가 대기업과 금융사에서 특혜성 투자를 받았다는 의혹도 특검 스스로 ‘김 여사 집사 게이트’라고 불렀지만 여태껏 김 여사 개입 여부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 측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으로 규정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 조항을 거론하며 수사가 정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진술한 민주당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소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민중기 특검의 행태를 “명백한 정치 공작이자 처벌받아야 할 위법 행위”라며 “이 정도면 특검을 특검해야 한다”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재수사하지 않으면 훗날 민중기 특검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검이 도입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 특검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통일교에서 금품을 받은 민주당 인사들을 뇌물죄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앞서 윤영호씨는 지난 8월 민중기 특검팀과 면담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의원 2명에게 수천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윤씨가 2022년 3월 대선 전 통일교 핵심 인사 이모씨와 통화하면서 “(여야) 양쪽에 정치자금을 다 댔다”고 말한 녹취록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교 관계자는 본지에 “민주당 모 인사는 윤씨가 출판 기념회 때 책을 사주고 한학자 총재도 만나고 간 것으로 안다”면서 “윤씨가 현 여권 유력 인사에게도 후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날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의 ‘정교 유착’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통일교 지구회장은 “2022년 당시 교인 대상 당원 가입 독려는 국민의힘만이 아니라 민주당에 대해서도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특검은 민주당 관련 의혹은 덮어둔 채 국민의힘과 통일교 간 ‘정교 유착’ 혐의만 수사해 ‘편파 수사’ 논란을 자초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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