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맛따라 각 대통령 밑에 달린 댓글
낯 뜨거운 ‘셀프’ 찬사까지 이어지는 ‘명예의 거리’
17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한 벽면에 조성된 '대통령 명예의 거리'에 역대 미국 대통령의 사진과 업적 설명을 적은 동판이 걸려 있다.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은 얼굴 사진 대신 자동 서명기(오토펜) 사진으로 소개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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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미 백악관 로즈가든 인근에 역대 미국 대통령 사진을 걸어 조성한 ‘대통령 명예의 거리(Presidential Walk of Fame)’에 17일 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담긴 동판이 새로 설치됐다. 평가는 트럼프의 호오 여부에 따라 극명히 갈리고, 짧고 직설적인 문장으로 쓰였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일부 부정확한 역사”가 적혔다면서 “최근 대통령일수록 더 노골적이고 편파적”이라고 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역사를 공부한 학생으로서 많은 설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쓴 것임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비난이 이어진다. 얼굴 사진 대신 자동 서명기(오토펜) 사진이 담긴 바이든의 액자 밑에는 “졸린 조(Sleepy Joe) 바이든은 지금까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면서 “미국에서 치러진 가장 부패한 선거의 결과로 집무실을 차지했다”고 적었다.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분열적인 정치인 중 한 명”이라면서 중간 이름 ‘후세인’을 적시했다. 오바마의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출마 자격도 없었다는 내용의 음모론인 일명 ‘출생지론’을 부추기는 취지다.
전임 대통령을 설명하는 듯하면서 은근슬쩍 본인을 추켜세우는 설명들도 포착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설명에는 “클린턴의 부인인 힐러리는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J. 트럼프에게 패배했다!”라고 썼다. 본인이 좋아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최고의 소통가로 정평이 나있다”라면서 “그는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 오래 전부터 트럼프의 팬이었고, 트럼프도 그의 팬!”이라고 썼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정책과 관련 있는 업적이 있는 대통령의 경우에는 해당 정책을 대서특필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 설명에는 “유럽의 베네수엘라 침공 위기를 막았다”라면서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개입을 미국이 중재했던 일을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가 마약 밀수를 빌미로 베네수엘라에 군사력을 전개하려는 시도와 관련된 것이다.
자신에 대해서는 “132년 만에 연임이 아닌 두 번째 임기로 대통령실에 들어선 첫 대통령”이라면서 “전례 없는 법 집행의 무기화와 두 번의 암살 시도를 극복하고 백만여 표를 얻어 모든 경합주(州)에서 승리했다”고 썼다. 동판 두 개에 걸쳐 대규모 감세 법안, ‘역사적인 관세’,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부담 인상 등 업적을 쓰고는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마무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기념판들이 “트루스 소셜(트럼프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게시물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한 공화당 의원은 “불쾌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의 기부 여부를 멋대로 재정의하려 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WP에 전했다.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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