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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美의회 ‘주한미군 못 줄인다’ 명문화… 트럼프 감축 추진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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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국방수권법안 상·하원 통과

    조선일보

    경기도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훈련에서 주한미군의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우리 군의 K200 장갑차가 부교 도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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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미국 연방 의회를 통과한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문화됐다. 반면 당초 상원 통과안에 포함돼 기대를 모았던 ‘외국 조선 회사의 미국 내 투자 시 동맹인 한국·일본 기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라’는 문구는 하원과의 최종 조율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 국방 예산 책정을 위해 매년 통과시키는 NDAA는 그해 미국이 당면한 주요 과제를 제시하는 법안이다.

    ◇ 주한미군 일방 감축에 제동

    미 상원은 이날 NDAA를 찬성 77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의 예산 규모는 9010억달러(약 1330조원)다. 이미 지난 10일 하원을 통과해 발효까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 두고 있다. 양원제인 미국은 특정 법안이 다른 문구로 상·하원을 각각 통과할 경우 양원의 조율 과정을 거쳐 단일한 최종안을 만든 뒤, 다시 양원에서 각각 표결해 가결되면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번 NDAA는 법안을 통해 승인되는 예산을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국방부 예산을 주한미군 감축에 사용하는 데 제한을 두는 조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사라졌다가 5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바이든 정부 때도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언급했지만 이를 예산 사용과 직접 연계해 강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정부가 동맹국에 국방 지출 확대를 압박하며 해외 주둔 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이를 견제하겠다는 의회의 초당적인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에 상주·배치된 병력을 7만6000명 미만으로 45일 이상 감축하는 것도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병력 순환 배치를 통해 사실상의 감축 효과를 낼 수 있고, 필요하면 국가 비상사태 선포 등을 통해 철수 명령을 내릴 수도 있어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감축·이전 배치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NDAA에는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한미가 합의한 계획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완료하는 데 예산을 쓸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한국·일본, 유엔군 사령부 회원국 등과 협의한 내용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면 60일 후 금지를 해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미는 연합 방위 주도를 위한 군사적 능력 등 3대 전환 조건에 합의한 상태이며,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 ‘韓 조선업 우선 고려’는 빠져

    조선업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에 우선권을 주는 내용이 빠졌다. 지난 10월 상원을 통과한 안에는 해군 장관이 신규 민간 조선소 설립 촉진 보고서를 작성할 때 “외국 소유 조선 회사의 미국 내 자회사 설립 또는 투자 가능성을 평가하면서 특히 일본 및 대한민국에 기반을 둔 회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미가 합의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장려하는 내용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상·하원 조율을 거쳐 17일 미 의회를 최종 통과한 법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기존 공공 조선소 인프라 최적화 등 종합적인 조선 분야 개선 전략을 수립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갔다. 한일 등 외국 조선 기업의 대미 투자 촉진은 미·중 전략 경쟁에서 미국이 절대 열세인 조선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미국인 일자리를 지키려는 미국 조선업계와 노조의 목소리를 중시한 하원 의원들의 의견이 NDAA 최종안에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NDAA에는 미국 군함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는 조항도 그대로 유지됐다.

    ◇ 우크라 추가 지원도 승인

    한편 이번 법안은 글로벌 안보 이슈도 폭넓게 다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NDAA는 공화당 일부 의원의 반대를 넘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8억달러(약 1조1799억원) 규모 추가 군사 원조, 이스라엘·대만 등 동맹 또는 전략적 파트너국에 대한 수백만 달러 추가 지원을 승인했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역내 동맹, 파트너국과의 군사 훈련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요청을 전액 지원하고, 대만 협력 프로젝트에 1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 대한 의회의 ‘견제구’도 포함됐다. 지난 9월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에서 마약 밀매 의심 선박을 타격하면서 미군이 생존자를 2차 공격한 것을 두고 헤그세스 장관의 ‘전쟁 범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법안은 공격과 관련한 구체적 명령과 편집되지 않은 작전 영상을 의회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헤그세스 장관의 출장 예산을 25% 삭감하도록 규정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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