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5Q]
거센 퇴진 요구 부딪힌 이란의 현재와 전망은
26일 이란 수도 테헤란 엔켈랍 광장의 한 건물에 피로 물든 성조기가 그려진 벽화가 내걸려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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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미 매체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중동에 대규모 함대를 파견한 이후 이란 관련 상황은 유동적”이라면서 “이란은 미국과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란 인근에 대규모 함대가 있다. (마두로 정권을 축출한) 베네수엘라 때보다 더 크다”며 미군 전력을 강조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이란에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협상’과 ‘침공’ 카드를 모두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전단이 ‘역내 안보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중동에 전개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격렬했던 시위는 총기를 동원하고 인터넷까지 차단한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일시 위축된 상태다. 겉으로는 ‘이란의 봄’이 총칼에 가로막힌 것처럼 보이지만 정국의 향방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개입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고, 정권의 무능과 억압이라는 근본 원인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8일로 시위 발생 한 달을 맞는 이란의 현황과 전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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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이란의 현재 상황은
지금의 안정은 일시적·표면적일 뿐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살포한 보조금은 경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오히려 민심을 악화시켰고, 경제난에 항의하며 시작된 시위에 당국이 억압 일변도로 대응하면서 정권 퇴진 요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저격수·드론은 물론 친(親)이란 성향 외국 민병대까지 시위 진압에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열기가 잦아든 뒤에는 총검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거리를 상시 순찰하며 시위 재개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참상 은폐를 위한 조직적 편집 공세가 벌어지는 정황도 포착됐다. AI(인공지능) 학습의 기반인 위키피디아에서 불리한 내용을 제거해 향후에도 진상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Q2. 인명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이란 정부는 3117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인권 단체나 반(反)체제 매체들이 의료진·유족 증언과 내부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수치와 괴리가 크다. 유혈 진압이 최고조에 달했던 8~9일에만 3만명 이상이 숨졌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당국이 시위대의 머리와 가슴을 겨냥해 즉결 처형에 가까운 총격을 가했고, 희생자가 너무 많아 시신을 세는 것조차 포기했다는 테헤란 병원 관계자 증언도 나왔다. 시위대 유족들은 당국이 시신을 인도하는 조건으로 ‘사망자가 시위 참가자가 아니었다’는 문서에 서명을 요구하는 등, 시위대를 보안군 등으로 둔갑시켜 시위대 피해 규모를 축소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美 항모전단 중동 집결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승조원이 지난 21일 인도양에서 헬기 이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26일 링컨함 전단의 중동 배치를 공식 발표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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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미국의 개입 가능성은
미군은 언제든 이란을 타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트럼프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위가 잠잠해졌어도 미국의 군사적 선택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이란 인근에 다다른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위치 신호를 차단하는 ‘고스트 모드’에 들어간 점이 미군의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는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이 최근 시리아·이라크·이스라엘을 방문했으며,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됐을 때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미군 기지·병력을 공격하면 보복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21일 보고서에서 현 시점의 이란 체제를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취약한 상태로 규정하고, 이런 상황이 미국의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도 군사 개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외교적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 당국은 테헤란 도심에 피로 물든 성조기 벽화를 내걸고 “바람을 뿌리면 회오리를 거둘 것”이라며 결사항전 태세를 과시하고 있다.
Q4. 이란 신정 체제의 운명은
‘신의 대리인’인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한 신정 체제가 단기간에 붕괴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정권을 떠받쳐온 사회적 계약은 사실상 파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국민은 그동안 이슬람 율법에 따른 강력한 통제를 감내하는 대신 최소한의 경제적 생존과 국가 안보를 보장받았는데, 서방의 제재 및 이스라엘과의 전쟁 등으로 이 약속이 깨졌다는 것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추진한 긴축 예산안이 의회에서 부결되고, 달러당 환율이 치솟으며 경제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되자 민심은 급속히 이반했다. 이번 시위는 생존을 위협받는 상인층과 체제 변화를 요구하는 청년층이 주축이 돼 정권 퇴진을 직접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반정부 시위와 차별화된다. 이에 신정 체제가 장기적인 식물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Q5.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는
시위 진압의 주축이자 실질적 권력 집단인 혁명수비대가 향후 이란의 운명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위가 장기화하고 성직자들의 무능이 드러날수록 물리력과 경제력을 동시에 쥔 혁명수비대가 전면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의 베르나르 우르카드 명예연구국장은 이를 두고 ‘이란판 나폴레옹’ 시나리오라고 했다. 프랑스 혁명의 혼란 속에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처럼 강력한 지도자가 등장해 성직자 중심 체제를 끝내고 ‘군사·기술 엘리트 국가’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혼란 수습을 명분으로 또 다른 권위주의 체제가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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