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음식점에서 쿠팡이츠를 통해 주문이 들어왔을 때 기본 권장 시간이 5분으로 설정되어 있다. 시간 추가는 10분까지만 가능하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업주의 선택권은 점점 더 없어지고, 정말 ‘노예’라고 표현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바쁠 때는 수십개의 주문이 한꺼번에 들어오는데, 늘 긴장 상태에서 일을 하고 압박을 많이 받습니다.”
충북 청주에서 남편과 함께 분식집을 운영하는 윤미정(41)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배달플랫폼 쿠팡이츠에서 조리 권장 시간을 주문 후 5분 수준으로 압박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3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이츠는 최근 권장 조리시간을 더 짧게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장과 메뉴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부 가게들에선 주문 접수 시 음식을 조리하고 포장을 해서 배달을 보내는 기본 권장 시간이 5분으로 설정된다. 윤씨 가게의 경우 과거엔 기본 권장시간이 10분이었지만, 현재는 5분으로 줄었다고 했다. SNS와 커뮤니티 등에는 “요새 갑자기 쿠팡 조리시간이 엄청 짧게 설정됐다”며 “주문금액 2만원이 넘는데도 5~7분 이렇게 돼있다. 레시피가 물리적으로 5분이 불가능한데 왜 마음대로 줄이냐”라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를 두고 중개 플랫폼을 맡고 있는 쿠팡이츠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업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의장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골라 봉투에 담아 포장만 해도 5분을 훌쩍 넘긴다”며 “음식을 실제로 조리하고, 포장까지 해야 하는 업주에게 5분 권장 시간이 말이되냐”고 비판했다. 그는 “업주들은 플랫폼의 하청 직원이 아니다”라며 “음식 조리 시간은 중개를 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전적으로 가게 상황을 알고 음식을 실제로 만드는 업주가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가게에서도 2만원이 넘는 오돌뼈 메뉴의 권장시간이 5분에 불과하다.
쿠팡이츠는 주어진 권장 조리시간에 추가 시간을 허용하지만, 이것도 최대 10분까지만 제공한다. 여기에 ‘지연’ 버튼을 누르면 10분이 늘어난다. 여기서 ‘수락’ 버튼을 누르면 (픽업 예정) 시간은 3분이 바로 줄어든다. 추가 시간에 지연버튼까지 눌렀을때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22분 수준인 셈이다. 자영업자들은 쿠팡이츠 외 다른 배달 주문이나 홀과 포장 고객들도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압박에 시달린다.
시간에 쫓기며 준비를 하면 음식의 품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고, 무리하게 서두르다 주방에서 다칠 위험도 있다. 만약 실수라도 생기면 그에 대한 책임도 업주 몫이다. 특히 단체주문의 경우 압박은 훨씬 크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기본 30분에 추가 30분을 더해 최대 1시간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 조리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업주와 한 건이라도 더 배달을 하려는 라이더 사이에 갈등도 잦아지고 있다. 윤씨 역시 최근 남편과 라이더가 멱살을 잡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전했다. 플랫폼이 업주와 라이더 ‘을’들간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주에서 덮밥 집을 운영하며 라이더 일도 하고 있는 오다훈씨(29)는 “업주 입장에선 플랫폼이 짧은 조리시간을 강제하며 음식 품질과 운영 리스크, 지연 책임까지 떠넘기는 문제가 있고, 기사 입장에선 실제 조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조기 배차로 매장 대기가 반복되고 대기시간이 보상되지 않아 시간·수입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배차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업주와 기사 사이의 갈등을 만들고, 책임은 현장에만 남기는 불공정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쿠팡이츠가 현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방식으로 라이더와 점주까지 통제하고 있다”며 “낮은 단가로 라이더들은 하나라도 더 배달하고 미션을 해야하는 상황이고, 점주들도 각자의 사정이 있는 상황에서 갈등이 생길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배달 업계를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독과점 하고 있기 때문에 업주들이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주문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업주들의 항의에 쿠팡이츠 측은 알고리즘이 정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알고리즘이나 규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쿠팡이츠는 주문 수락률, 주문 수락 시간, 조리 소요 시간, 주문 누락 건수 등에 따라 고객 만족도를 측정해 스토어점수를 산정하고, 이에 따른 혜택과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업주들은 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독과점 구조로 라이더와 점주를 쥐어짜고 있는 것”이라며 “이로 인한 문제나 갈등은 나몰라라 하고, 점주와 라이더에게 그 비용과 책임을 전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한국 정부가 깔아놓은 인터넷망과 도로망을 이용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사용자나 사회적책임은 지지 않는다”며 “플랫폼에 책임과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서치원 변호사는 “일종의 경영 간섭으로 볼 여지가 있고, 점주들의 동의 절차 없이 영업 거래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독과점 상황에서 시장에서 자정적으로 개선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매장별 상이한 운영 현황을 반영한 권장 조리시간을 제공하고 있다”며 “업주는 조리 수락 전 ‘바쁨’모드와 추가 조리시간 등을 활용해 최대 30분까지 연장이 가능하고, 수락 후에도 10분 연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