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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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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흘 뒤면 미·러 핵무기 감축 협정 종료… 핵 통제 ‘안전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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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국 핵군비 무한 경쟁 가능성

    조선일보

    지난 2010년 4월 8일 체코 프라하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완쪽)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프라하에서 신 전략무기감축 협정(New START)을 서명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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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보유한 러시아와 미국이 핵탄두와 투발 수단 숫자를 제한하기로 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이 오는 5일 종료된다. 뉴스타트 이행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러 관계가 악화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후속 협정 합의는 진척이 없다. 국제 사회에선 “냉전 시기부터 50년 넘게 유지돼온 미·러 양자간 제도적 ‘핵 안전판’이 사라지는 상황”이라며 “향후 혼돈의 ‘핵군비 경쟁’에 중국 등이 뛰어들며 국제 안보 환경이 크게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0년간 유지된 미·러 핵통제

    미·러 간 핵 통제는 오랫동안 국제 핵 질서의 중심이었다. 냉전 시절 쿠바 미사일 위기(1962)로 핵전쟁 문턱까지 갔던 미국과 러시아(당시 소련)는 1972년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I)을 체결한 이후 SALT II(1979), START I(1991), START II(1993),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2003) 같은 상호 핵 제한·감축 프로그램을 50여 년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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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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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프라하에서 서명한 뉴스타트는 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같은 핵 투발 수단을 700기, 여기에 탑재하는 핵탄두를 1550기로 제한하도록 했다. ▲양국 핵 시설 연 18회 현장 사찰 ▲연 2회 무기·시설 데이터 교환 ▲ICBM·SLBM 연 5회 정보 교환 등 내용도 포함됐다. 이로 인해 1980년대 한때 최대 7만개 수준까지 치솟았던 전 세계 핵탄두 숫자는 1만2000개까지 줄었다. 미·러가 상대를 ‘예측 가능 범주’ 안에 두면서 ‘전략적 안정’이라는 균형을 도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2년 러·우 전쟁 발발로 미·러 관계가 악화되면서 뉴스타트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2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러시아에 적대 행위를 한다”며 뉴스타트 중단을 선언하자 미국 역시 핵무기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핵 현장 사찰, 정보 공유 같은 뉴스타트의 주요 내용은 이때부터 사문화됐다.

    지난해 9월 푸틴은 “뉴스타트를 1년 연장할 의향이 있다”고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엔 러·우 전쟁 이후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된 미·러가 자국에 유리한 새로운 ‘핵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참여 새 협정 가능할까

    미 조야(朝野)에선 이번 뉴스타트 만료를 기회로 골든 돔(우주요격미사일방어체계) 등 압도적 핵 우위를 아예 확보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아냐 핑크 미 국방 분석가는 최근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서 “미국 내에서는 협정 연장이 미국에 전략적 도움이 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했다. 50여 년의 핵군축 협정이 미국 전력 증강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러시아도 “우리는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사탄-2′로 불리는 차세대 ICBM, 전략폭격기 탑재 장거리 순항미사일 킨잘, 중거리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 등 새로운 자산을 개발 중이다. 양국 모두 “상대를 믿지 못하겠다”며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악순환이다. 옛 소련 출신 핵 협상가 니콜라이 소코프는 “새로운 협정이 없을 경우 양측이 최악의 가정을 토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향후 뉴스타트를 대체할 새로운 핵 통제 체제 전망은 불투명하다. 미국은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려면 중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뉴스타트에 묶여있는 동안 중국은 자유롭게 핵전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실제 미 국방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핵탄두는 2030년에 1000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은 또 몽골 국경 인근 사일로 지대에 고체연료 둥펑-31 ICBM 100기 이상을 배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명시했다. 트럼프도 NYT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나은 협정을 만들 것이다. 중국, 러시아, 미국이 가능한 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중국 참여’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자국 핵 전력이 미·러에 비해 한참 열세라는 점을 강조하며 동일한 감축 의무를 거부해 왔기 때문에, 이런 미국의 구상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 러시아도 중국의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러시아도 오히려 새 군축 협상에 “핵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핵경쟁 시대 올수도

    미·러 간 핵 통제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한다면 양대 핵 강대국뿐만 아니라 중국·영국·프랑스 등 공식 핵보유국 및 북한 등 비공식 핵보유국도 핵 군비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에드 마키 미 상원의원(민주당)은 “미국이 뉴스타트 제한을 넘겨 핵 개발을 하면 러시아도, 중국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며 “우리가 필요로 하지도 않았고, 이길 수도 없는 새로운 군비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뉴스타트가 종료되면 핵보유국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일부 국가는 핵무기 보유가 최적의 선택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글로벌 핵 경쟁’이 본격화하면 한반도 안보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에 기반한 기존 확장억제뿐 아니라 핵 개발을 포함한 ‘플랜 B’ 등 전략적 대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미국과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 투발 수단을 700기, 이에 탑재하는 핵탄두를 1550개로 제한하도록 한 협정. 양국 핵시설 연 18회 현장 사찰, 연 2회 무기·시설 데이터 교환 등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체결했다. 양국은 1972년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I)을 시작으로 이같은 핵군축 프로그램을 50여년 간 유지해왔으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는 5일 종료되는 뉴스타트 연장 의사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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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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