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자산가 이주’ 자료 논란
뉴시스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7일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서 상속세 관련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는 취지로 대한상공회의소를 공개 질타했다. 대한상의는 대통령 질타 세 시간여 만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산업통상부·재정경제부 장관에 국세청장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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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상속세 관련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며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를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대한상의는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한 지 세 시간여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후 산업통상부와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어 국세청장까지 잇따라 대한상의 비판에 가세하면서 논란은 이틀째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X(옛 트위터)에 <존재하지도 않는 ‘백만장자 탈한국’… 철 지난 ‘떡밥’ 덥석 문 보수 언론들>이라는 제목의 한 인터넷 매체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기사는 지난 4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대한상의 자료가 사실과 다르며, 일부 언론이 이를 충분한 검증 없이 인용 보도했다고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해당 글에서 “사익 도모와 정부 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 뉴스를 생산·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식 경제 단체가 검증되지 않은 통계를 근거로 이런 행위를 했다는 점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질타했다.
대통령이 문제 삼은 대한상의 보도자료는 상속세 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지난해 한국인 백만장자의 해외 이탈이 2400명에 달했다’는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 앤 파트너스(Henley & Partners)의 통계를 인용했다. 이 대통령은 이 수치가 가짜 뉴스라고 비판한 것이다.
대통령의 질타에 대한상의는 같은 날 오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고액 자산가 유출과 관련한 외부 통계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인용해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향후 자료 작성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통계 정확성을 보다 엄격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체류 중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도 “책임 있는 기관으로서 데이터 검증에 미흡했다”며 재발 방지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과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요 부처 장관들이 비판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한상의 사과문 발표 약 4시간 뒤 페이스북에 “대한상의는 공신력 없고 사실 확인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정보를 유통함으로써 국민과 시장, 정부 정책 전반에 심각한 혼선을 초래했다”며 “이는 명백한 가짜 뉴스에 해당하며 대한상의 소관 부처로서 사실관계 전반에 대해 즉각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8일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페이스북에서 “(대한상의가 인용한) 헨리 앤 파트너스의 추계 자료는 신뢰도가 매우 의심스러운 통계”라며 “대한상의는 응당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상속세 업무를 담당하는 국세청은 임광현 청장이 직접 반박 자료를 공개했다. 임 청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 이주자 전수 분석 자료를 전격 공개하며 “해외 이주자 중 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는 연평균 139명 수준으로 2400명과 큰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 중 ‘상속세 없는 나라’로 이주한 비율은 25%로 전체 해외 이주자 중 이 나라들로 이주한 비율(39%)보다 오히려 낮다”고도 했다.
대한상의가 인용한 헨리 앤 파트너스의 ‘백만장자 해외 이주’ 통계는 남아공의 민간 연구기관이 링크드인, 기업 등기부, 고급 이사업체 정보 등을 활용해 약 15만명의 각국 고액 자산가 이동을 추정·모형화한 결과다. 출입국·세금 자료를 직접 집계할 수 없어 간접 추정 방식을 쓴 것이다. 그럼에도 백만장자 해외 이주에 대한 각국 정부의 공식 통계가 없는 탓에 국내 언론뿐 아니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이코노미스트,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도 그간 참고 자료로 인용해 왔다. 다만 지난해 영국에선 이 같은 분석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FT가 이를 보도한 바 있다. 이번처럼 정부가 나서 ‘정책 공격을 위한 가짜 뉴스’로 규정한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인용한 자료가 틀렸다면 사과하고 수정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이번 일이 정부가 불편하게 여기는 통계나 분석 결과는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이 대통령 지적을 뒷받침하는 통계치를 내놓기 위해 해외 이주에 대한 개인 정보를 들여다본 것은 위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세청은 “국세 자료 제출법에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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