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다카이치 매직’
지난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 대다수 언론은 당시 농림상이던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당내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총리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실제 투표 결과, 의원 표는 고이즈미가 앞섰지만, 다카이치는 당원·당우 투표에서 압도했다. 결국 결선에선 다카이치가 “당원들 뜻에 따라 투표하라”는 아소 다로 전 총리의 지지를 얻어 예상을 깨고 당선됐다.
하지만 자민당 총재가 되자마자 연립 정당이던 공명당이 이탈하며 위기를 맞았다. 공명당은 정치자금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요구했고, 다카이치가 거절하자 이탈을 선언했다. 자민당 총재가 되고도 중·참의원 총리 지명 선거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다카이치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중도 보수 정당인 국민민주당과 보수 정당인 일본유신회 대표를 차례로 만나 연립을 타진했다. 결국 다카이치는 불과 10일 만에 유신회를 설득해 손잡았고, 일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올랐다.
총리 취임 후엔 곧바로 외교 시험대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문하자 팔짱을 끼는 등 친화력을 보였고, 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의 항공모함에 올라 미·일 관계의 ‘새로운 황금기’를 천명했다. 이어 경주 APEC 정상회담에선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성공적인 첫 데뷔를 한 듯했다.
하지만 경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한 지 일주일 만에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중국을 자극했다. 다카이치가 시진핑의 체면을 구겼다는 해석과 함께, 중국 측의 일본 여행 금지령, 희토류 수출 규제 등 강경 반발이 이어지며 일본과 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에 대해 야권과 여당 일각에선 “외교 경험이 부족한 총리가 불필요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지만, 다카이치는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카이치는 지난달 “대만 유사시 미군이 공격받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망치면 일미 동맹은 무너진다”며 ‘강공’을 택했고, 이는 지지율 결집으로 이어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중국의 실존적 위협에 대해 일본 국민들이 각성하면서 시진핑에 정면으로 맞선 다카이치를 중심으로 결집했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는 이번 ‘중의원 해산’을 결단했을 때도 당 안팎의 비판을 받으며 위기를 맞았다. 막대한 비용을 치르는 선거의 명분이 부족한 데다, 16일이라는 최단기 선거 일정, 대학 입시와 추운 날씨 등에 대한 불만이 속출했다. 하지만 다카이치는 ‘원맨쇼’ 하듯 전국 선거 유세를 돌았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대승을 이끌어냈다.
다카이치가 전후 최강의 자민당을 만들어내면서 일본 언론에선 “‘여자 아베’ 꼬리표를 떼고, 다카이치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과거 아베 정권을 능가하는 장기 집권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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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류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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