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정영학 녹음파일 증거능력 없어”
곽 전 의원은 김씨로부터 뇌물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2022년 2월 구속 기소됐지만 이듬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뇌물 사건은 항소하는 한편, 곽 전 의원과 그의 아들 병채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2023년 10월 다시 기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이 2년 4개월 만에 1심 선고를 하며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법원은 김씨가 동업자인 정영학씨에게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 달라 하지. 병채 통해서”라고 말한 녹취파일의 증거능력이 없고, 김씨가 곽 전 의원 부자(父子)에게 건넨 돈의 대가성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法 “檢 공소권 남용으로 郭 권리 침해”
10일 본지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는 지난 6일 곽 전 의원에게 공소기각을, 병채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130쪽 분량 판결문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만배씨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검찰의 2022년 2월 곽 전 의원 기소 사건(선행 사건)의 공소사실과 범행의 핵심 주체, 동기, 일시·장소, 방법, 결과 등이 사실상 동일하고, 일부 차이점조차도 선행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 같아졌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3항이 정한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라고 판단하고, 공소기각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에 대해 “검사가 선행 사건이 진행될 때 추가로 수집했지만 증거력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증거를 이번 재판에서 활용해 선행 사건 결론을 뒤집으려 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곽 전 의원 대신 병채씨를 뇌물수수 공범으로 입건하고 압수 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는데, 선행 사건 결과를 뒤집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는 취지의 2022년 당시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검사의 공소권 남용 행위나 그 의도를 짐작하게 하는 간접적인 정황 자료”라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의 이중기소로 곽 전 의원이 사실상 동일한 사건에 대해 1심 판단을 두 번 받게 돼 경제적·정신적·사회적 고통을 받고,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인 위현석 변호사도 선고 다음 날인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이중기소 시 재판 초기 단계에서 절차가 종료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면서 국가배상청구소송과 형사 고소를 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항소 기한은 오는 14일이다.
◇“‘郭이 돈 달라 한다’는 거짓말”
또한 재판부는 병채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의 출발점이 된 ‘정영학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녹음파일에서 김씨는 2020년 4월 4일 동업자인 정씨에게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 달라 하지. 병채 통해서. (병채씨에게) ‘아버지가 뭐 달라냐’ 그러니까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건지’ (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이 녹음파일이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금품을 공여하기로 약속했던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통비를 안 낼 명분을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였다”며 당시 발언은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한 김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당시 김씨와 정씨가 비용(공통비) 분담을 두고 이견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김씨가 정씨에게 대장동 개발 지구 A12 블록에서 얻는 이익을 독식하기 위해 꾸며낸 말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씨가 곽 전 의원 등에게 50억원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진술을 꾸며내거나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김씨가 이른바 ‘50억 클럽’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왜 50억원을 줘야 하는지 정씨 등 동업자들에게 한 번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점도 당시 발언이 김씨가 공통비를 내지 않으려고 막연히 한 ‘거짓말’로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봤다.
◇“‘하나은행 잔류’ 郭 청탁 근거 없어”
법원은 곽 전 의원이 병채씨를 통해 김씨로부터 뇌물 50억원을 받은 대가라고 검찰이 주장한 “하나은행의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 ‘성남의뜰’ 잔류”에 대해서도 “곽 전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도,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없다”고 봤다. 특히 곽 전 의원과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이 성균관대 동문이라는 사정만으로 곽 전 의원의 영향력 행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한 대가성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곽 전 의원과 병채씨가 공모해 2021년 4월 김씨로부터 50억원을 받았다고 볼 증거도 검찰이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이 김씨로부터 사전에 이를 전달받아 인식했다는 증거가 없고, 병채씨도 곽 전 의원과 사전에 이같은 내용을 상의하거나, 당초 5억원이었던 성과급이 10배 늘어난 이유에 대해 병채씨가 아버지인 곽 전 의원이 고려됐을 거라고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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