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중국 14억 인구 중 6억7000만명이 시청한 CCTV 설 특집 TV쇼 ‘춘제완후이(春節晩會·약칭 춘완)’는 자국 로봇 기술 과시를 위한 한마당이었다. 유니트리를 비롯해 4개 로봇 제조사가 출동했다. 1983년부터 국가 주도로 제작되는 춘완은 중국인들에게 국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온 선전 창구다. 올해는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원년을 선언하며 ‘전국 동원령’을 내렸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전 세계에 실전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의 80%(1만6000대·카운터포인트)가 중국에서 쓰이고, 올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량은 2만8000대에 달할 것이라고 모건스탠리는 분석했다.
지난 16일 중국 CCTV의 '춘완'에서 유니트리 로봇들이 ‘무봇(武BOT)’이란 이름의 공연을 펼치고 있다./CCTV |
지난 16일 중국 CCTV의 '춘완'에서 유니트리 로봇들이 ‘무봇(武BOT)’이란 이름의 공연을 펼치고 있다./CC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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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춘완 무대에서 ‘백댄서’에 가까웠던 유니트리 로봇들은 올해 ‘무봇(武BOT)’이란 이름의 공연에서 어린이와 합을 맞출 정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로봇들은 ‘행운유수(行雲流水·물 흐르듯 유연한 동작)’가 핵심인 무술 동작을 뻣뻣한 ‘로봇 몸’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구현해 냈고, 어린이들과 안전하게 접촉할 정도로 동작 정밀도도 끌어올렸다.
지난해 군무 공연에서는 로봇들이 천천히 걸으며 대형(隊形)을 전환했지만, 올해 공연에서는 뛰면서 공연을 소화했다. 유니트리 측은 “빠른 동작 전환 속에서도 고도의 협업을 구현하는 군집 제어 기술을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또 “로봇이 체조 발판을 딛고 2∼3m 높이로 점프한 다음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동작은 수억 회의 훈련 데이터를 쌓은 끝에 연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로봇이 참여한 춘완 공연은 군무를 넘어 콩트, 단편 영화, 노래 등으로 장르를 넓혔다. ‘할머니의 최애(最愛)’란 제목의 콩트에서는 쑹옌둥리(노에틱스)가 개발한 4대의 로봇이 배우로 등장해 ‘로봇 손자’를 연기했다.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계단을 오르는 다리 달린 로봇 청소기를 선보여 주목받은 드리미 산하 매직랩은 자사 로봇 Z1과 Gen1을 노래 공연에 투입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선 ‘휴머노이드의 춘완 침공’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바퀴 달린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인 갤봇은 춘완에서 공개된 단편 영화 ‘네가 가장 잊을 수 없는 오늘 밤’에서 스크린 데뷔를 했다. 갤봇의 G1과 S1 모델은 동료 배우에게 대본과 물병 등을 전달하거나 소시지 굽기, 옷 개기 등 현실 밀착형 동작을 선보였다.
그래픽=김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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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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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선전·상하이·베이징 등에 대규모 로봇 산업 단지를 조성하고, ‘오전에 설계하면 오후에 샘플을 받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수한 로봇 공급망을 갖췄다. 덕분에 로봇 제조와 상용화에서 세계 선두라는 평가다.
다만 로봇의 몸을 제어하는 ‘뇌’, 즉 인공지능(AI) 기술에선 아직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술과 단체 무용 등 미리 프로그래밍된 동작은 잘하지만, 통제되지 않은 현실 세계에 대응하는 능력은 아직 불안정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중국 로봇은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건 잘하지만, 발밑 바닥 재질이 바뀌거나 예측 불가능한 물체가 끼어드는 상황에서 애초에 넘어지지 않게 신체를 통제하는 능력은 아직 약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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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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