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에 위법 판결이 내려진 시각 뉴욕의 증권 거래소의 모습. TV 화면에 트럼프 기자회견 현장이 나오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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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막아서면서 트럼프의 독주에는 일부 제동이 걸렸지만, 국제 사회는 더 큰 불확실성으로 빠져들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미국 내에서는 ‘미 대법원의 독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판결이 “트럼프의 뼈아픈 정치적 후퇴”라면서 “대통령 권한에 대한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권한으로 부과해온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대통령 권한을 한계 지었다는 점 때문이다. 리처드 H 필데스 뉴욕대 법학과 교수는 WP에 “이번 판결은 해리 S 트루먼 전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 제철소를 강제 수용하려 했던 사건 이후 법원이 대통령의 행위를 불법으로 판결한 가장 중요한 사례”라면서 “이번 판결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이 “대법원의 독립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으로 구성된 보수 우위의 미 대법원은 그동안 젠더, 이민 등 트럼프가 추진한 주요 정책에 대한 판결에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 “권력을 휘두른다”는 비판도 받았는데, 이번에는 독자적인 판단을 내놨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헌법상 권력 분립의 원칙을 획기적으로 수호한 판결”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면서 “대법원은 이제 양당 출신의 모든 대통령의 행정권 남용을 저지할 의지를 보여줬다”라고 했다. ‘진정한 관세 해방의 날’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WSJ는 “만약 트럼프가 승소했다면 미래의 미국 대통령들은 비상 권한을 이용해 의회를 우회하고 별다른 제약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은 법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미국 외 지역의 매체들도 비슷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영국 BBC는 “대통령이 펜이나 트루스소셜 클릭 한 번으로 세자릿수 관세 정책을 만들고 위협하던 시대는 갔다”라고 평가하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판결이 “법치주의에 기반한 미국 정부 체제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준 중요한 증거”라고 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국제적인 혼란이 오히려 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우선 미 행정부가 곧장 이번 판결을 우회할 대안 모색에 돌입했다. 트럼프 2기 시작부터 그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고 있던 전세계 국가들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에 새롭게 대응해야 해, 다시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로이터는 이런 불확실성 탓에 물가나 각국 정책이 즉시 변동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 전문가들을 인용해 “판결이 세계 경제에 즉각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판결이 나온 직후부터 트럼프는 법관들을 향해 “바보와 아첨꾼들” “우리나라의 수치”라고 원색적으로 비방하거나 판결이 “터무니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10% 새 관세도 부과했다. 하지만 이전에 지정한 ‘국가 비상사태’에 따라 부과했던 관세 일부를 이른 시일 안에 철회하겠다고 밝히는 등, 분노하는 한편 판결에는 즉시 따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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