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만 엔지니어에 고액 연봉 제시
반도체가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공급난까지 벌어진 가운데,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반도체 인재 확보 움직임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 생산 역량을 미국으로 옮겨 패권을 다시 잡으려는 미국 기업은 물론,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자생력을 키우는 게 시급한 중국 기업까지 노골적인 인재 쟁탈전에 뛰어든 것이다. 이들 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 인재를 고액 연봉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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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재 잡아라’
중국 바이두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서니베일 사무실에서 근무할 반도체 인력 채용 공고를 10여 건 올렸다. 중앙처리장치(CPU), 시스템 온 칩(SoC) 설계 및 테스트를 진행할 엔지니어를 채용한다는 것이다. 연봉은 15만9600달러(약 2억3000만원)로 제시됐다. 하지만 바이두가 지난해부터 “AI 관련 인력 연봉에 상한을 두지 않겠다”고 한 만큼, 이 액수는 최저 연봉으로 직급·역량에 따라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사업에 나선 알리바바, 바이트댄스도 미국 내 채용에 나서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반도체 관련 직원들은 구직·이직·네트워크 플랫폼인 링크드인이나 이메일로 중국계 회사에서 심심찮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회사 사무실이 미국에 있어 중국 본토로 이직한다는 부담과 거부감이 줄어든 만큼,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 실제로 옮기는 인재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 시장을 넘보며 ‘핀셋 채용’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달 초부터 링크드인에 최대 25만8750달러(약 3억7267만원)의 연봉(기본급)을 내걸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 개발 엔지니어 채용에 나섰다. 애플은 지난달 연봉 30만5600달러(약 4억4036만원)의 낸드플래시 제품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냈다. 엔비디아와 AI PC·수퍼컴퓨터용 반도체 설계에 나선 대만 미디어텍도 26만달러에 HBM 엔지니어 채용에 나섰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 코리아의 AI 반도체 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올리며 태극기 이모티콘 16개를 붙여 이례적인 ‘직접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퀄컴 역시 한국에서 3D(차원)D램 연구개발 인력 모집을 시작했다.
◇삼성·SK 인재 유출 ‘경계’
반도체 인재들의 이동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네이버의 미국 이민 카페에는 반도체 분야 대기업 근무 경력을 갖춘 인재가 NIW(국가 이익 면제·전문가에게 영주권을 주는 제도)를 신청하기 위해 변호사 소개를 바란다거나, NIW 승인을 받았다는 경험 등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업계에선 당장 높은 연봉과 성과급 같은 보상으로 인재를 잡으려 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평균 1억4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자, 직원들이 미국 기업 스카우트 제의에 동요하지 않게 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잔치로 인재를 잡아두는 건 한계가 있는 전략”이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성과급 비교 경쟁으로 노사 갈등이 커지는 것도 두 회사에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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