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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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관세를 무효화한 직후 백악관이 대체 수단으로 내세운 무역법 122조 관세 역시 법적·정치적 난관에 직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NN은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이후 새로운 글로벌 관세 체계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선택한 법적 수단 자체가 구조적으로 취약해 또다시 사법 제동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트럼프가 ‘플랜B’로 꺼내 든 무역법 122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한 전면 관세가 위법 판결을 받자, 최대 15%의 글로벌 관세를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는 122조 권한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애초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해 온 무역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122조는 ‘크고 심각한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s) 적자’ 상황에서만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년간 관세 정당화 논리로 내세운 것은 ‘무역적자(trade deficit)’였다. 두 개념은 전혀 다르다. 무역적자는 상품 교역의 차이를 의미하지만, 국제수지는 자본 이동과 금융 흐름까지 포함한 전체 대외 거래 균형을 뜻한다. 실제로 미국의 국제수지는 거의 균형상태에 가깝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 연방검사 출신 보수 성향 법률가 앤드루 매카시는 내셔널리뷰 기고에서 “이 새로운 관세는 IEEPA 관세보다도 더 명백히 위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것은 무역수지 문제일 뿐 국제수지 위기가 아니며,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강한 자본 유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122조 발동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카시는 “미국의 국제수지는 균형 상태이며 위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법률이 요구하는 전제 조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이미 이 차이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행정부는 당시 “무역 적자는 국제수지 적자와 개념적으로 구별된다”며 122조가 해당 사안에 “명확하게 적용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1974년 법 제정 이후 122조는 반세기 동안 단 한 번도 관세 부과에 사용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선택한 새로운 관세 카드가 오히려 기존 긴급 관세보다 법적으로 더 취약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관세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상황은 트럼프에게 불리하다. 122조 관세는 세율 상한이 15%로 제한되고, 적용 기간이 최대 150일에 불과하며, 이후에는 의회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날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150일 이후 122조 관세 연장을 저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는 트럼프가 과거처럼 특정 국가를 겨냥해 즉각 관세를 올리거나 협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122조 관세가 만료되는 150일 이후 상황을 가정해 병행 추진 중인 무역법 301조 역시 단기간 내 ‘영구 관세’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301조는 대상국의 불공정 관행 입증, 기업 의견 제출, 공청회, 경제 영향 분석 등을 거쳐야 하는 준사법 절차로 통상 조사에만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된다. 통상가에서는 트럼프가 설정한 150일 시간표 안에 글로벌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조사를 마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외국 정부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협상 압박을 느끼기보다 그저 (150일을) 기다리면 된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가 몇 달 안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면 협상에 나서기보다 기다리는 전략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공화당 내부에서도 관세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법원 패배가 이어질 경우 의회 지지 기반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관세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도 작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이후 오히려 자신이 “더 강해졌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선택지가 크게 좁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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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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