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매번 1등 하며 의사 꿈꾸던 딸...
복도에 있던 소화전 제대로 작동 안 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오전 6시 18분 이 아파트 8층에서 발생했다. 숨진 김양은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같은 집에 있던 김양의 40대 어머니는 얼굴에 화상을 입었고, 김양의 여동생은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화재를 처음 목격한 김양 어머니는 현관에서 가까운 방에서 자고 있던 둘째 딸을 깨워 먼저 집 밖으로 내보냈다. 그사이 첫째 딸 김양은 119에 신고를 하기 위해 안방 베란다로 숨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첫째 딸을 발견하지 못한 채 집을 뛰쳐 나간 것으로 보인다. 화재 당시 이 아파트 주민 약 70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일부 주민들은 “화재경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양 어머니는 김양을 찾으려고 복도를 계속 뛰어다니는 바람에 4주간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얼굴과 다리 등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 아버지는 화재 발생 전 출근했다. 김양 바로 윗집에 사는 50대 여성 1명도 연기를 흡입해 호흡 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부상자들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의 아버지는 이날 저녁 본지와 만나 “중학교 때 줄곧 1등만 했던 딸이었다. 의사가 꿈이었던 우리 애를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 온 지 5일 만에 이런 일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김양 가족은 양천구에 살다가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 지난 19일 입주했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딸의 꿈은 의사였다”며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군지인 대치동으로 이사를 왔는데...”라고 오열했다. 그는 “시집 갈 때까지 아무 일 당하지 않게 지켜주려 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딸이 학교 다닐 때 받은 상도 다 가지고 있다”고 했다. 김양 외할아버지는 “(우리도) 근처에 살아서 매 주말마다 딸 집에 찾아가서 밥을 해 먹이던 손녀였다”며 “알아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말도 잘 듣고, 시키지 않아도 그냥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척척 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됐다. 지어진 지 50년 가까이 된 만큼, 시설 노후로 인한 안전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김양 아버지는 “불이 난 우리 집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제대로 안 돼 있었다”며 “(화재 당시) 복도에 있던 소화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이 났다고 소리 치는 애 엄마의 고함에 옆집 이웃이 나와 복도에 있던 소화전을 들고 불이 난 우리 집 현관문 방향으로 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소화전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우리 딸을 구할 수 있었을 것 아니냐”라고 했다.
이날 경찰 조사에서 김씨 윗집 이웃은 “바닥에서 ‘퍽퍽’ 소리가 나더라”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인테리어 공사 당시 집 천장에 설치한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에서 불이 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씨는 “(불이 난) 새벽에 불을 켠 적이 없다”며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스·전자레인지 설치도 안 돼 있는 상황”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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