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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두테르테 “中, 남중국해 섬 건드리면 자살 공격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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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와 관련, 중국에 강경 목소리를 냈다. ‘자살 공격 명령’까지 언급했다.

4일(현지 시각) CNN 필리핀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200척이 넘는 중국 선박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있는 티투섬(중국명 중예다오) 인근 해역까지 진출한 것과 관련, 이 섬을 건드리면 자살 공격을 명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 여당인 PDP라반의 선거 유세 연설에서 "나는 애원하거나 구걸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곳(티투섬)에 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파가사(티투섬의 필리핀명)에서 손을 떼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만약 중국이 그 섬을 건드리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며 "나는 병사들에게 ‘자살 임무를 준비하라’고 명령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로드리고 두테르테(왼쪽) 필리핀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CCTV


그는 "중국에 말하려는 건 파가사가 필리핀 영토라는 사실"이라며 "우리는 1947년부터 그곳을 지배해왔다. 그 섬이 중국 소유라면 그동안 왜 우리를 내쫓지 않았나"고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티투섬 인근에 중국 선박이 대거 출몰한 데 따른 것이다. 필리핀 군 당국은 중국 선박 280여 척이 양국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내 티투섬 인근 해역까지 진출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것은 경고가 아니라 친구에게 하는 충고"라며 중국과의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필리핀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국과 전쟁을 벌이면) 우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내 군대는 살육당할 것이다. 나는 그런 결정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간 친중국 노선을 걸어온 만큼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대중(對中) 강경 목소리를 낸 배경이 주목된다. 앞서 중국은 남중국해의 모든 수역을 영해로 주장하며 인공섬을 건설하고 무기를 배치하는 등 군사화에 속도를 내왔다.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은 중국에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2016년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 남중국해 자원 공동 개발에 합의하는 등 중국과 밀착 관계를 이어왔다.

필리핀 국민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반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여론조사업체 ‘소셜웨더스테이션(SWS)’가 지난해 9월 필리핀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는 "필리핀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답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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