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냥했던 일본은 꿈쩍도 않고 미국서 역풍 우려
정부, '경제보복 철회→종료 전 재검토 가능' 논리
초기 "번복 가능성 없다"서 '조건부 재검토' 기류
명분줘야 움직이는데 日요지부동, 미국 개입 가능성도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은쪽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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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정작 일본이 꿈쩍도 않으면서 '지소미아 카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정부 안에서도 퍼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예상보다 강한 미국의 부정적 반응에 역풍 우려마저 나온다.
당장 한ㆍ일 관계를 관리해나가야 할 외교부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으로 양국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상황에서, 명분과 관계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논리 개발’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정통한 소식통은 16일 “지소미아에 대해 일본과 논의 자체가 있다, 없다를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일본의 부당한 경제조치 철회를 촉구한다는 말은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지소미아 종료 결정 재검토’의 논리를 세운 만큼, 경제보복 철회를 요구함으로써 지소미아 회생 가능성에 여지를 두고 있다는 말도 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함으로써 신뢰 우호가 다시 회복되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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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거의 없다"→"정치적으로 안되는 것 없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에티오피아 정상회담 전 통화하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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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소미아 종료 발표 직후 강경했던 정부 입장은 점차 '조건부 재개'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소미아 중단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일본과 신뢰가 사라진 이상 원칙적으로 번복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다 미국 국무부ㆍ국방부 차원에서 한국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반응들이 쏟아지자, 닷새 뒤 이낙연 국무총리가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지소미아 종료(11월 23일 만료)까지 시간이 3개월 남아 있고, 그 기간에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2일 김준형 신임 국립외교원장도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으면 정치적으로 안 된다는 것도 없고,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지소미아 협정문 상 ‘종료 의사 철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기술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민법상 계약 해제 의사는 원칙적으로 철회될 수 없지만, 계약 해제 의사를 표할 때 중대한 착오나 기망, 강압 등의 취소 사유가 있다면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그러나 착오·기망 등을 정부가 인정해야해 그럴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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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부동 일본, 애매모호한 미국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0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E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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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은 명분인데, 일본이 요지부동이다. ‘9.11 개각’으로 친정 체제를 구축한 아베 신조 총리는 11일 한국에 대한 외교 기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먼지만큼도 안 바뀐다”고 답했다. 한국이 움직일 공간을 아예 차단한 것이다.
일본 정부 사정에 밝은 국내 소식통도 “일본은 ‘지소미아는 이미 끝난 문제’라는 생각이 우세하다. 한국이 번복을 하든 안 하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기류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워싱턴에선 ‘일본의 경제 보복=한ㆍ일 양자가 풀 문제’, ‘지소미아 종료 결정=한국이 취소해야 할 문제’라는 공식이 견고하다고 한다. 지난 11~13일 워싱턴을 방문했던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백악관ㆍ국무부ㆍ의회 할 것 없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결정에 강한 우려를 하고 있었다”며 “오는 유엔총회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한·미·일 연합전선을 지키기 위해 나서긴 하겠지만, 소극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한·일이 같이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 인식이 있어서 한국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지소미아 철회가 다른 외교 이슈와 결합해 미국 측 요구 사항으로 돌아오는 등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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