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華爲)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75) 회장이 26일(현지 시각) CNN과의 인터뷰에서 ‘구글 없이도 화웨이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주요 기업들의 경제 제재 협공에도 화웨이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
런 회장은 이날 CNN에 "가능하면 구글과 협력하는 편을 선호하지만, 구글 없이도 우리는 잘 살아남을 수 있다"며 "구글과 협력하기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대규모(large scale)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華爲)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75) 회장.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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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올해 2분기까지만 해도 미국의 거래 제재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IT공룡 구글이 구글맵, 지메일, 구글 번역 같은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화웨이 제품에 탑재하지 못하게 하면서 유럽을 포함한 해외 판매도 급감했다.
컴퓨터의 윈도우에 해당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개발을 주도하지만, 조리법이 공개된 요리 같은 ‘오픈 소스’다. 제재 여부와 상관없이 화웨이 제품에도 탑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핵심 애플리케이션 없이 운영체제만 실어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기를 느낀 화웨이 경영진 내부에서는 아예 미국의 제재를 부품·운영체제 독립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중국인들도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이 고전하자 대거 '애국 소비'에 나서며 힘을 보탰다.
든든한 내수(內需) 안전판과 비상한 위기의식 위에서 화웨이는 지난 8월 서버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어센드 910을, 9월에는 세계 최초의 5G 통합 모바일 반도체 기린990 5G를 차례로 선보였다. 동시에 자체 개발 운영체제 ‘하모니(鴻蒙·훙멍)’를 정교화하고, 관련 앱 생태계를 넓히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런 회장의 자신감은 이렇게 한분기 만에 달라진 분위기를 온전히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플랜B가 성공하면 화웨이 제품에 다시 예전같은 운영체제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진정 도움이 되는 길이 뭔지 심사숙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키에브의 화웨이 매장.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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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화웨이가 급조한 하모니 운영체제와 앱들이 십수년간 안정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해온 구글 안드로이드를 당장 대체할 순 없다. 하모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아직 4만5000개 정도에 불과하다. 애플리케이션 수가 280만개에 달하는 안드로이드의 1.6% 수준이다.
런 회장도 갈 길이 멀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는 "혁신에 있어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라며 "중국을 포함해 그 어떤 나라도 앞으로 수십년간 미국을 앞지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런 회장은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환대의 뜻을 담은 초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당시 "미국과 화웨이는 대립 관계에 있지 않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뿐 아니라 사무실에서 떠난 뒤에도 화웨이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그를 따뜻하게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뿐 아니라 대통령직을 퇴임한 이후에도 환영하겠다는 뜻이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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