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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n번방 물려받은 켈리 징역 1년 ‘솜방망이 처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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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 전력 있는데도…

‘수사 협조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에 그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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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엔(n)번방’을 닉네임 ‘갓갓’에게 물려받은 ‘켈리’가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기관의 미온적인 태도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범죄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강원지방경찰청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9월 갓갓의 엔번방을 물려받아 음란물을 재판매해 25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텔레그램 엔번방 운영자 ㄱ(32·닉네임 켈리)씨를 구속했다. 갓갓은 엔번방을 처음 만든 이로 알려져 있다. ㄱ씨는 2018년 1월부터 그해 8월 말까지 경기 오산시 자신의 집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9만1890여개를 저장해 이 가운데 2590여개를 판 혐의를 받았다.

ㄱ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각 3년간의 취업 제한 명령을 받았다. 법원은 ㄱ씨가 음란물 판매로 얻은 이익금 2397만원도 추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대량으로 소지하고, 수사기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한 행위는 죄질이 중하다. 하지만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ㄱ씨가 최근 비판을 받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시초인 엔번방을 운영한 핵심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ㄱ씨는 ‘켈리’(kelly)라는 닉네임으로 엔번방을 운영했다. 그동안 갓갓에게서 엔번방을 물려받은 운영자는 ‘와치맨’(감시자)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잘못된 사실이고 켈리가 엔번방을 물려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켈리는 이전에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문제는 켈리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1심에서 켈리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춘천지검이 징역 1년이 선고됐는데도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368조는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은 원심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앞서 와치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한 수원지검은 비판이 일자 24일 “추가 조사 등을 통해 죄질에 부합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윤경 강원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재판부에서 ‘반성해서’라며 가벼운 처분을 내린다면 제2, 제3의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발생하도록 방조하는 것이다. 검찰은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를 내야 하고, 법원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춘천지검 관계자는 “기소 당시에는 ㄱ씨가 엔번방과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전혀 없었다. 앞으로 변론재개를 신청하는 등 향후 항소심 공판에서 적극 대응하는 한편, 음란물 제작 관여 여부와 엔번방 사건과의 관련성과 공범 유무 등을 보완 수사해 그 죄질에 부합하는 형사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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