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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400m 육상트랙, 각 레인의 길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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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400m 달리기 출발선의 모습. 1레인과 8레인에서 출발하는 선수의 거리차는 50m가 넘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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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올림픽의 꽃은 육상 경기입니다. 육상 경기 중에서도 트랙 위를 달리는 중단거리 경기가 인기가 가장 높습니다. 육상 경기가 펼쳐지는 운동장에 그려진 트랙은 보통 400m이고, 8개의 레인(lane)이 그려져 있습니다.


육상 경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100m 달리기는 직선 트랙을 달리지만, 200m와 400m 달리기는 곡선 트랙도 함께 달리게 됩니다. 200m면 트랙의 절반, 400m면 트랙 한 바퀴를 돌게 되지요. 그런데 200m나 400m 달리기는 맨 안쪽 레인과 바깥쪽 레인의 길이는 눈으로 보기에도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200m나 400m 달리기를 할 때는 선수들의 출발 지점이 저마다 다르지요. 각 레인별 길이 차이는 얼마나 될까요? 길이 차를 감안해서 출발 지점을 조정했다고 하더라도 안쪽에서 달리는 선수가 더 유리해 보이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먼저 각 레인별로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보겠습니다. 맨 안쪽의 1번 레인의 양쪽 끝 곡선 부분만 잘라서 모아보면 동그란 원이 됩니다. 직선 구간은 길이가 모두 똑같기 때문에 곡선 구간의 길이만 계산해보면 되겠지요.


원의 둘레(ㅣ) 구하는 공식은 'l = 2πr'입니다. π는 원주율, r은 반지름이지요. 맨 안쪽 1번 레인의 경우는 이 공식에 대입할 수 있습니다. 다음 2번 레인의 곡선 구간은, 즉 2번 레인의 원의 둘레는 레인의 폭(간격)을 더해야 하겠지요. 예를 들면, l = 2πr에서 1번 레인과 2번 레인의 폭을 더하면, 'l = 2π(r+레인 폭)'이 됩니다.


세계육상연맹(IAAF)은 각 레인의 폭은 36~48인치까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얼마로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 마다 폭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대부분 국제 규격을 갖춘 경기장의 트랙은 각 레인 폭을 48인치에(약 121.92㎝) 맞춘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내 규정은 또 다릅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한 레인의 폭을 122~125㎝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가장 넓은 125㎝를 기준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요즘은 초중고등학교의 운동장이 좁습니다. 직선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00m가 안되는 곳이 많지요. 이런 곳은 규정과 달리 레인의 폭을 좁히거나 직선 거리를 줄인 미니 트랙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국제 규격의 경기장, 공인기록을 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맨 안쪽 1번 레인의 길이가 정확하게 400m가 되느냐에 달렸겠지요. 국내 한 대학에서 측정한 각 레인별 거리를 살펴보면, 레인의 폭이 얼마냐에 따라 크게 각 레인의 거리 차는 큽니다.


보통 소규모 운동장 트랙의 각 레인 간의 폭은 42인치(약 106.68㎝)로 설계한다고 합니다. 이런 운동장의 맨 안쪽 1번 레인의 길이가 정확히 400m라고 할 때, 'l = 2π(r+레인 폭)' 공식과 직선 구간의 거리를 합쳐 각 레인별 거리를 계산해보면, 1번 레인은 400m, 가운데 4번 레인은 419m, 맨 끝 8번 레인은 445m가 됩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의 규정에 맞춰 한 레인의 폭을 125㎝로 설계할 경우 1번 레인과 8번 레인의 길이 차는 무려 54m나 됩니다. 1번 레인 400.00566m, 2번 407.23134m, 3번 415.08534m, 4번 422.93934m, 5번 430.79334m, 6번 438.64734m, 7번 446.50134m, 8번 454.35534m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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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200m 달리기의 출발선 모습. 각 레인 간 거리 차가 크지 않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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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m를 달릴 경우 각 레인별 거리는 7m 이상 거리가 벌어져야 동일한 거리를 달리게 되는 셈입니다. 국내에서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는 경기장의 경우 대부분 레인 폭을 125㎝라고 합니다. 1레인에서 출발하는 선수보다 8레인에서 출발하는 선수는 무려 54m나 앞에서 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제 경기에서 선수들이 선호하는 레인은 3~6레인이라고 합니다. 이는 코너의 구부러진 정도(곡률) 때문이라고 합니다. 곡선 주로를 달릴 때는 원심력과 구심력을 적절히 배합할 때 최대 스피드가 나오는데 1, 2번 레인은 곡률이 가장 크고 7,8번은 너무 완만하기 때문에 에너지 배분에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곡률이 큰 구간에서는 원심력이 커 안으로 몸이 바깥으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선수들은 적당히 에너지를 배분할 수 있는 중간 레인들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예선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가 결선에서 가운데 레인을 배정 받게 됩니다. 육상 선수들이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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