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레이싱 경기장에 흔히 등장하는 미국 남부연합기(맨 오른쪽 위). 남북전쟁 당시 흑인 노예제 폐지에 반대했던 13개 연합주를 상징하는 13개의 별이 그려져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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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남부연합기가 150년만에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미국 최대 자동차경기연맹(NASCAR)이 모든 행사에서 남부연합기를 모두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남부 지역에서 주로 열리는 나스카 주최 자동차 경기에서는 남부연합기가 흔히 등장했다. 하지만 이를 모두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단내린 것이다. 나스카가 주최하는 카레이싱에서 첫 흑인 우승자가 나온지 50년만에 바뀌는 것으로,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아미타임스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미 육군도 이 남부연합기를 군대 내에서 퇴출시킬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육군 수뇌부는 남부연합기를 모든 부대 내에서 금지하는 명령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9일 미국 해군과 해병대도 군사시설 내 남부연합기를 모두 없애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럽에서 노예무역상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사실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며 그들의 동상을 끌어내리기 시작한 것과 비슷하게 미국은 1800년대에 사용됐던 미국 남부연합기를 없애기 시작한 것이다.
2017년 미국 버지니아 샬롯츠빌에서 열린 보수 집단 행사에 등장한 남부연합기(왼쪽)./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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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인 1861년, 당시 노예제도를 지지한 남부 연합이 정부를 구성하며 처음 사용했다. 원래 남군 총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리 장군이 이끈 북버지니아군이 사용하던 전투 깃발이다. 당시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연합한 남부 13개 주를 상징하는 13개 별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지 150년이 넘은 지금, 연합기 퇴출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 깃발을 놓고 미국 내에서는 수십년간 의견이 갈렸다. 남부연합기는 보수적인 남부 백인들은 역사의 상징으로 여기지만 흑인들은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지난해 여름 '애국심'을 표현한다며 이 문양을 응용한 신발을 출시하려고 했지만 흑인 운동선수들의 반대로 생산을 취소한 적도 있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 교회에 침입해 9명을 살해한 총기난사범이 남부연합기와 권총을 들고있는 모습./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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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는 연합기를 내걸거나 이 문양이 들어간 상품의 판매를 금지한다. 하지만 플로리다나 미시시피, 조지아 등 남부 몇몇 주에서는 남부연합기 훼손을 금하고 있다. 역사를 존중한다는 의미다. 지금도 미국 남부의 관공서에는 이 깃발이 흔히 걸려있다.
극우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과거엔 참전 용사들의 행사에 주로 등장했지만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쿠 클럭스 클랜)이 빈번하게 사용하면서부터다. 그러던 중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 교회에 침입해 9명을 살해한 총기난사범이 이 깃발과 권총을 들고 찍은 사진이 퍼지면서 남부연합기 사용 금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미 전역에서 열리고 있는 '조지 플로이드' 시위로 이번에야말로 남부연합기는 결국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연합기 뿐만 아니라 남북 전쟁 당시 활약했던 남부군 장성들도 재평가되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하원 의사당에 세워져있는 100개의 동상 중 남부 연합군 장성들의 동상 11개를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했다.
그는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잊지 않아야하지만, 미국 국회의사당이라는 신성한 곳을 폭력적이고 잔인한 남부군들이 차지하고 있게 놔둘 순 없다"고 말했다고 더힐이 보도했다. 민주당 조 로프렌 부의장도 "잔인함과 편견의 상징들을 의사당에서 모두 없애겠다"고 동의했다. 공화당 측은 아직 답을 하지 않았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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