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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테이저건 들고 도망가자 탕탕탕… 딸의 생일에 숨진 흑인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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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번 사건으로 해임된 게릿 롤프 전 경관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밤 레이샤드 브룩스의 음주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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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 시각) 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패스트푸드 가게 웬디스 앞, 한 흑인 청년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협조적으로 “딸의 생일을 축하하느라 한 잔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얼마 뒤 경찰 둘과 흑인 청년은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고, 곧 이어 총성 세 발이 울렸다. 총상을 입은 흑인 청년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 만취 기준 0.08 넘는 0.108 나와

AP통신은 14일(현지 시각) “애틀랜타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웬디스 식당 바깥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던 음주 단속이 순식간에 돌변해 총성으로 끝났다”면서 경찰 공개 영상 등을 바탕으로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레이샤드 브룩스(27) 사건을 재구성했다.(관련 기사 : 경찰 총에 흑인 사망…분노한 애틀랜타, 고속道 막고 방화)

사건은 12일 밤 10시 30분쯤 웬디스 드라이브-스루 차로를 차 한대가 가로막고 있다는 신고로 시작됐다. 먼저 출동한 경찰은 데빈 브로스넌 경관이었다. 그는 2018년 9월부터 경찰 생활을 시작해 아직 만 2년이 되지 않은 ‘신참’이었다. 브로스넌은 차에 혼자 잠들어 있는 브룩스를 깨웠고, 브룩스는 순순히 차를 옮긴 뒤 면허증을 제시했다. 몇 분후 발포 당사자인 게릿 롤프 경관이 도착해 음주 측정을 했다. 롤프는 브로스넌보다 5년 더 경찰 생활을 한 선임이었다.

영상을 보면 브룩스는 음주 측정에 동의한 뒤 “당신들이 당신들 일을 한다는 걸 안다”고 했다. 그는 딸의 생일을 축하했다면서 “그저 조금 마셨다. 그게 다”라고도 말했다. 브룩스는 세 딸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데 이날은 딸 하나의 여덟번째 생일이었다. 롤프는 브룩스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조지아주법에서 만취 기준인 0.08을 웃도는 0.108을 나타냈다. 롤프는 “운전하기에 당신은 너무 많이 마셨다”면서 “손을 뒤로 하라”고 명령했다. 두 경관이 각각 한 쪽 손목을 잡은 채 롤프가 수갑을 채우려고 하자 브룩스는 도망치려 했고, 경관들은 브룩스를 땅에 눌렀다. 영상에는 한 경관이 “그만 싸워(Stop fighting)!”라고 외치는 소리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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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빈 브로스넌 경관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웬디스 바깥에서 레이샤드 브룩스의 몸 수색을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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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저건 뺏어 달아나다 경관 겨냥

브룩스가 일어서려고 하자 브로스넌은 브룩스의 다리에 테이저건을 누른 채 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브룩스는 테이저건을 잡아채고선 몸을 일으켜 달아나기 시작했다. 곧이어 롤프는 테이저건을 쏘면서 브룩스를 쫓았고, 몇 초뒤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경찰 카메라 4대 중 총성이 울렸을 당시를 포착한 카메라는 없었다. 두 경관의 바디캠은 몸싸움을 벌이다 땅에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웬디스 매장 측 CCTV를 보면 브룩스가 몸을 돌려 그의 손에 있는 물체로 경관을 겨냥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관이 총을 꺼내 발사하는 장면도 녹화됐다. 롤프는 총격 후 “내가 그를 쫓았을 때, 그가 돌아서서 테이저건을 나에게 쐈다. 분명히 한 발 이상 나를 쐈다”고 증언했다. 다만 해당 사건을 수사한 조지아주 수사국(GBI) 넬리 마일스 대변인은 브룩스가 테이저건을 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검 결과 브룩스는 뒤에서 총 두발을 맞았고, 등에 맞은 총상에 따른 장기 손상과 출혈이 원인이 돼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경찰관의 몸에 부착된 바디캠과 경찰차의 블랙박스 영상 등에 따르면 출동 후 약 40분간 경관들과 브룩스는 안정적인 상태에서 문답을 이어갔다. 하지만 경찰들이 브룩스에게 수갑을 채우려고 했을 때 싸움은 갑작스레 시작됐다. 앤디 하비 텍사스 애니스 경찰서장은 AP에 “당신이 누군가의 몸에 손을 대는 순간 그 사람은 응할 것인지 저항할 것인지를 순식간에 결정하게 된다”며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진단했다. 경찰에 협조적이던 브룩스였지만 경찰이 체포를 하려고 손목을 잡아채자 순간적으로 돌변해 저항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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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샤드 브룩스(오른쪽)이 몸을 돌려 테이저건으로 보이는 물체를 경찰을 향해 겨누고 있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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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는 달라” 의견도

한편 일부에서는 롤프의 발포가 비무장 흑인 남성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케 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같이 명백한 권한 남용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지역구로 둔 팀 스캇 상원의원은 CBS 방송에 나와 “용의자가 돌아서 테이저건을 쐈을 때, 경관이 뭘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스캇 의원은 공화당에서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이다. 그는 “브룩스의 죽음은 우리가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다른 사건들에서 봤던 것들보다 확실히 덜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풀턴 카운티 폴 하워드 검사는 이날 CNN에 “브룩스는 누구에게 어떤 종류의 위협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죽음까지 이른 것은 불합리한 것 같다”면서 “롤프가 어떤 이유로 발포했는지에 따라 기소 혐의에 살인, 과실치사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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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블랙박스에 찍힌 경찰과 레이샤드 브룩스의 몸싸움 장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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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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