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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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코로나 바이러스 신천지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 지시를 듣지 않았다고 재차 비판했다. 추 장관은 29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신천지를 압수수색했으면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출입한 교인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압수수색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귀중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추 장관은 지난 2월 28일 공문을 통해 신천지 압수수색을 지시했지만, 검찰은 신천지 신자들이 음성적으로 숨을 수 있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의견에 따라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검찰에 대한 지휘가 작동하지 않은 사례로 이 일을 거론했다.
당시 추 장관은 ‘방역, 국민’ 등 키워드를 내세워 여러 차례 검찰을 압박했다. 추 장관은 2월 28일 공문을 보낸 뒤, 3월 4일 국회에 출석해 “국민의 86% 이상이 (신천지 강제수사)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방역을 위한 명단 확보 같은 행정 목적의 압수 수색은 위법이고, 재판 증거인 압수물을 행정 목적으로 쓰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당시 중대본은 신천지 강제수사에 대해 “신천지에 대한 강압적 조치는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3월 4일 브리핑에서 “정부의 강압적인 조치들로 인해 신천지 신자들이 음성적으로 숨거나 (밝혀야 할 내용을) 밝히지 않는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오히려 방역에 있어 긍정적이지 않은 부분도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이 압수 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당시 이 과정에서 정치 논리가 전염병 방역에 영향을 준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추 장관은 3월 4일 국회 출석한 자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강제 조치를 직접 요청했다”는 말도 했다. 실제 중대본은 대검에 브리핑 내용과는 다른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중대본 관계자는 “윗선에서 압수 수색 협조 요청을 보내라고 해 그런 팩스를 보냈다”고 했다. 중대본 관계자가 언급한 '윗선'은 박능후 장관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 주변에서는 "그간 박 장관이 한 결정과 발표에는 '더 위쪽'의 의중이 반영돼 왔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경찰도 정부·여당의 기류에 보조를 맞췄다. 대구지방경찰청은 3월 1일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대구지검에 신청했다. 신천지가 교인 명단을 고의적으로 누락해 대구시에 제공했다는 혐의였다. 그러나 대구지검은 혐의 소명 부족, 증거부족으로 영장을 반려했다. 추 장관의 발언이 나온 날 대구지방경찰청은 압수 수색 영장을 재신청했고, 검찰은 다시 한번 이를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중대본은 “지방자치단체가 확보한 신천지 명단과 신천지에서 (중대본에) 제공한 자료가 대체로 크게 다르지 않다”며 압수수색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 일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가 도마에 오르자 법무부는 3월 5일 입장 자료를 내고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단속 강화 지시 ▲2012년 공명선거 정착 위한 불법 폭력행위자 신속 검거 지시 ▲2018년 불법 촬영 유포 사범 법정 최고형 구형 원칙 지시 ▲2018년 허위 조작 정보 제작 유포 사범 적극 수사 지시 ▲2018년 상습 음주운전 사범 구속영장 청구 및 현행범 체포 지시 등 이전 법무장관들이 검찰에 수사 관련 지시를 내린 5건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전에도 법무장관 수사 지휘 사례가 있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예로 든 장관의 수사 지휘 사례에서도 추 장관처럼 압수수색을 명한 것은 한 차례도 없지 않으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해명 자료는 그야말로 장관의 일반적인 수사 지휘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라며 "추 장관은 '신천지'라는 특정 사건을 거론하며 검찰에 압수수색, 구속 수사 등을 하라고 구체적인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렸는데 이는 검찰청법 위반”이라고 했다. 검찰청법 8조에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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