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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미국 화웨이 차단 한달, 중국도 “해외기업 제재” 똑같이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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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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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핵심 부품의 공급을 차단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사진을 찍을 때 필수적인 이미지센서는 물론이고 화웨이에서 설계도를 받아, 반도체를 대신 제조하는 기업까지 모두 거래를 끊었습니다. 연간 2억4050만대를 팔던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고립무원에 빠진 겁니다. 미국 애플은 이참에 중국 시장을 겨냥해 아이폰 생산량을 2000만대 늘려 잡았고, 중국 샤오미도 ‘내년 생산량 50% 증산설’이 흘러나옵니다. 화웨이가 가졌던 물량을 뺏겠다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겉으론 ‘위기 요소도 적지 않다’지만 득실 계산에 바쁩니다.

Q1. 화웨이 진짜로 흔들리나요.

미국이 작년 자국 기업의 화웨이 수출 규제를 단행했을 때만 해도 화웨이는 끄떡없었습니다. 오히려 올 2분기 삼성전자를 누르고 스마트폰 세계 1위에 깜짝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에 시행된, ‘미국 기술과 장비를 활용하는 제3국의 기업들도 화웨이와 거래하지 마라’는 추가 규제는 강력했습니다.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만 TSMC, 일본 소니·기옥시아 등이 화웨이와 거래를 끊었습니다. 화웨이로서는 스마트폰을 만들 핵심 부품을 조달할 길이 모두 막힌 겁니다.

심지어 화웨이는 독자 개발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마저 쓸 수 없습니다. 칩 설계도를 받아 제조하던 대만 TSMC가 ‘화웨이와 거래 종료’를 택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화웨이의 독자 AP 재고는 1000만대”라는 말이 돕니다. 재고가 바닥나면 화웨이의 프리미엄폰 메이트 시리즈의 생산도 끝입니다.

Q2. 화웨이에 반격 카드는 없나요.

화웨이 시선은 다음 달 있을 미국 대선에 꽂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기를 바라겠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도, 당장 화웨이 제재를 풀어줄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중국 견제 여론이 미국 내에 그만큼 강하다는 겁니다.

화웨이는 ‘팔을 잘라내서라도 버티자’는 전략을 택하는 모양새입니다.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250억위안(약 4조원)에 경쟁사인 중국의 샤오미에 넘기려 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연간 5000만대 안팎을 파는 ‘아너’ 사업을 넘기면 화웨이는 ‘세계 1위 물량 경쟁’에선 스스로 물러납니다. 올해 판매량은 1억9000만대로 추락하고, 내년엔 바닥을 알 수 없습니다.

사실 화웨이 발등의 불은 통신 장비입니다. 본래 통신 장비 업체로 출발한 화웨이로선 이 시장마저 무너지면 기댈 곳이 없습니다. 화웨이 장비를 썼던 노르웨이의 통신업체 텔레노르는 최근 5G(5세대 이동통신) 기지국을 화웨이가 아닌 에릭슨에 주문했습니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신규 발주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Q3. 이 싸움의 최대 수혜자는 누군가요.

현재로선 애플입니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작년보다 10% 줄어든 12억대인데, 애플은 최근 아이폰 생산량을 애초 계획보다 10% 늘어난 2억2000만대로 늘렸습니다. 중국 샤오미와 오포도 내년 판매량이 올해보다 20~50% 급등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샤오미는 내년 2억대를 팔아, 화웨이의 빈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큽니다.

애플이나 샤오미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LG이노텍이나 일본 TDK, 재팬디스플레이 등도 반색합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DK 등 부품업체들은 화웨이 물량은 사라졌지만 더 많은 물량을 주문하는 샤오미·오포·비보 덕분에 공장을 100%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Q4. 삼성전자에는 기회일까요.

삼성전자는 “화웨이 제재로 이득 봤다”는 말만 나와도, 화들짝 놀랍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부품을 많이 구매하는 ‘빅5 고객’입니다. 스마트폰·디스플레이·반도체·통신장비 등 온갖 분야를 하는 삼성전자로선 손익 계산이 복잡합니다. 그러나 결론은 ‘나쁘지는 않다’는 겁니다.

사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중국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화웨이가 조만간 삼성을 밀어내고 스마트폰 1위에 오를 것이란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의 세계 1위 타이틀은 견고해졌다는 평가입니다. 폴더블폰 시장에서 전쟁을 예고했던 화웨이는 제재로 망가졌고, 애플은 아직 내놓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버라이즌에서 8조원대 5G 기지국을 수주해 통신 장비 부문도 화웨이의 빈자리 덕을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화웨이의 대체 고객을 찾느라 부담이 큽니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과점 시장이라, 결국 화웨이 물량을 빼앗은 신규 고객이 삼성전자를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Q5.중국 정부는 보고만 있나요.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는 17일 수출관리법을 만들었습니다. ‘중국의 안보와 이익을 해치는 해외 기업에는 자국 기업은 물론이고 제3국 기업에도 거래 중지토록 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12월 시행하는 이 법은 말 그대로 ‘미국 기업에 화웨이가 당한 똑같은 제재를 돌려주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해외 기업에 형사 책임을 묻겠다’고도 합니다.

‘중국의 안보와 이익’이라는 모호한 구절 탓에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어느 기업이든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습니다. 중국이 어디로, 어느 정도의 강력한 칼을 휘두를지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성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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